2019.04월 우수작 발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2019.04월 시마을 우수 창작시 코너에 올라온 작품을 대상으로 한 창작시 부문 우수작을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등단 작가의 작품, 시마을 문학상 대상 수상자의 작품은 제외되었으며 발표 후 표절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우수작 선정은 자동 취소됩니다.)
최우수작에 선정된 분께서는 창작시 운영자에게 쪽지로 주소와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문화상품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최우수작과 우수작은 연말 시마을문학상 후보 작품이 됩니다.
[최우수작]
화인火印/ 동하
[우수작]
나를 투과해 가는 것들/그믐밤
바람을 만들다 보면/너덜길
가로수/고나plm
4월/종이비누
[가작]
면도/ 창문바람
미세먼지/주패
참 나쁜 골뱅이/파랑새
어항/작손
칡/부엌방
묶어 놓은 비닐 속의 저 엷고 하얀/싣딤나무
일기(2019년4월16일 만조)동피랑
곁/라라리베
롤러코스터/달팽이걸음
<2019.04월 우수작 심사평>
다중적인 의미로 확장되는 사유의 덧칠
김광기 (시인, 문학박사)
이번에 시마을 ‘4월의 우수창작시’에 투고되어 예심을 통과한 시들은 사회적인 문제가 일부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단연코 존재의 물음이나 생의 의미에 대한 시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관찰과 일상적인 삶에 관심을 두는 시들이 많았다. 그만큼 주제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고 기이함이나 새로움보다 다소 안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신만의 사유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엿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끌어당기는 시는 「화인火印」으로 “엄마”와 “아궁이”의 환유적 인접성을 통해서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긍정적 사유의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수작에 뽑힌 「나를 투과해 가는 것들」은 이미지의 흐름과 독백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돋보였고 사막과 같은 겨울의 시간을 견딘 생명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비의,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가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바람을 만들다 보면」에서는 형체가 없는 바람이 화자의 사유를 거치고 삶의 질곡을 거치면서 생명력을 획득하는 것이 매우 개성적으로 표현되었다. 「가로수」에서는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발견의 심층적 미학을 획득하고 있는데 다소 짧은 시이지만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담아내고 있어서 임팩트가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젖는 바다」에서 “서랍”과 “여자”와 “빈 숲”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면서 죽음의 이미지와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죽음의 편에서 우는 존재가 “젖은 바다”로 비유되고 있는 점이 새로운 듯하면서도 익숙함이 배어있는 양가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4월」에서는 생명이 깨어나는 봄의 긍정적인 측면과 바람이 거세고 어둠이 남아있는 4월의 부정적인 측면이 서로 상충되면서 세상의 모든 생명 뒤에 숨은 절대자의 존재 여부를 생각하게 하고 이를 통해서 의미의 확장까지 이루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선정된 6편의 시와 그 안에 들지 못한 시의 수준 차이는 미미한 것이기에 위축되거나 상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간과 애정을 갖고 작품을 만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 김광기 시인 약력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동국대 대학원 문창과 석사, 아주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 수료. 1085년 <화성문학> 동인으로 참여. 1995년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를 내고 《월간문학》과 《다층》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호두껍질』 『데칼코마니』 『시계 이빨』 등과 시론집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학습서 『글쓰기 전략과 논술』 등의 저서가 있음 1998년 수원예술대상 및 2011년 한국시학상 수상 아주대 강사 등 역임, 현재 계간 《문학과 사람》 발행인
--------------
<최우수작>
화인火印 / 동하
나는 우리 엄마를 보면서 아궁이를 떠올려
워낙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 활활 타올랐던 아궁이에서 까만 장작이 태어났을 거야
엄마, 기억에도 없는 불꽃이 그리워
이 아궁이 저 아궁이 찾아다니다가 오늘도 모조품만 찾아냈어
눈물로 부운 두 눈을 부릅뜨고선
목적지 잃은 망량魍魎처럼 떠돌다
도깨비불의 품 안에서 잠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인연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잠에서 깨면 다시 펑펑 울다 못해
안녕, 안녕 입으로 어눌한 기염을 토해냈어
「자네, 인생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러게요. 무엇입니까」
엄마, 물어보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더라
불빛에 홀려 따라왔다가 정신을 차리고선 여기가 어디냐 물어봤더니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더라
이별은 제법 익숙해지는데 결국 혼자라는 사실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어
엄마, 오이디푸스가 웅크려 굽은 등을 보이고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어
목우木偶의 눈가에 까만 그을음이 뚝뚝 흘러나왔어
타오름 없이 살다 가는구나, 하고
엄마, 기억에도 없는 불꽃이 새까맣게 그리워
심장에 새겨진 고독이란 각인이 아려올 때마다
열꽃이 온몸을 화사하게 휘감았지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도깨비불들을 멍하니 바라봤어
광기어린 웃음을 섞고 불꽃처럼 갈피없이 휘적거리는 춤을 췄지
이러다 나 지쳐 한 줌 재가 될 때가 오면
나 잠든 한 평 정도의 땅과
저승에 갈 때 입을 삼베옷 한 벌 건지면 두 말할 필요 없이
수지맞는 장사 아니겠어
라고 수없이 다독여도
엄마, 나는
아직도 사람이 새까만 상복마냥 그리워
<우수작>
나를 투과해 가는 것들 / 그믐밤
어제는
흰 뼈들이 종일 누워 있는 지하도처럼
시간이 푹 꺼져 있는 그곳을 지나기 위해
묵직하게 비가 내렸지
바람처럼 나를 지나가는 것들은
폭설처럼 나에게 내려 쌓이는 것들은
죽은 이들의 밤으로 쏟아지는 습도 높은 탄식들
사랑 없는 그리움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은
타클라마칸 타클라마칸
사막이라는 이름의 추위를 지나온 긴 떨림이
맨 나무들의 몸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면
계절의 젖은 어깨 위로 기억 없는 봄꽃들은 아프게 피어나겠지
통증의 바람 소리는 사방의 벽에서 태어나겠지
서러운 어미 낙타를 데리고 앉아 마두금을 켜듯
어둡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그대가 저녁의 구름을 켜면
저 윙윙대는 천지의 굉음은 나를 울리겠지
짐승처럼 귀 기울이는 어둠 속
나에게 나라는 기억은 언제 사라질까
그분은 어떻게 이 중생들 사이로 걸어가셨는가
바람을 만들다 보면 / 너덜길
두께 3.2밀리미터의 철판과 용접봉으로
바람을 만들다 보면
사는 것이 참 바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단기와 용접기는 원심력을 만들고
원심력은 바람을 만든다
바람은 그에게 주어진 대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좁은 골짜기를 달릴 때도
넓은 들판을 거닐 때도
높은 산을 오를 때도
바람은 자신의 뿌리를 놓지 않는다
베르누이의 법칙,
바람은 길고 숨막히는 덕트와 필터와 곡관과
먼지들과 생의 온갖 아픔을 지나
하늘로 치솟은 마지막 굴뚝을 열고 흩어진다
웅크린 자세로 용접을 하다
하늘을 보면 이파리들이 흔들리고 먼지가 일렁인다
보이지 않는 영혼이
보이는 순간이다.
가로수 / 고나Plm
상 받은 길,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상은 결국 길이 받는다
담양의 어느 이름도 없는 길이
메타세콰이어 때문에 상을 받았다
출근길에 가로수가 부러져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쓰러진 가로수 주변으로 차의 파편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밤사이 어느 술 취한 운전자가 들이받은 모양이다
가로수가 없었으면,
가로수 뒤의 상점에 들이받았을 것이다
그 시간 술취한 행인을 들이받았을 것이다
가로수 때문에 그 상점은 무사하게 되었다
관할지역 사람들이 나와 통행에 방해될까
서둘러 치우고 있었다
그래도 가로수가 상 받는 일은
이후에도, 그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4월 / 종이비누
거기 분명 누군가 있었을거다
투박하고 커다란 손으로 툭툭 등 떠밀었을거다
개나리 어질 어질 노랗고
진달래 싯벌개진 진분홍 낯빛
저 높은 나무 꼭대기 끝 목련은 아예
콧등까지 하얗게 질려 고개 흔드는데
바람 거세고 어둠 절반인 이곳
왜 보냈을까
저 숱하게 어리둥절한 표정 뒤
뿌리칠 수 없는 미늘
허구 많은 것 중 하필 등 떠밀려 쏟아져
단단한 땅바닥 움켜 쥐고 바둥 대다 잊혀지는
헛기침 같은 모습들
속는 줄 알면서도 속는 게 시(詩)라고, 사는 일이라고
눈을 뜰수록 껍질만 소복해지는 밥그릇 비우다가
문득
나는 누가 떠밀었을까
흙 한줌 움켜쥘 면목도 없이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최우수에 동하님 지속적인 글쓰기 노력에 깊은 감사와 축하 드립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같은 감사드리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심사 해 주신 김광기 시인님...감사합니다.
꿈길따라님의 댓글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봄날의 향그럼속에 창방의 시향의 날개가
모든 시인의 마음속에 늘 샘물처럼 퐁퐁퐁
흘러넘치길 기원하며 선에 든 모든 분들께
이역만리 타향에서 박수 갈채 보내 드리며
아울러 심사에 수고하신 김광기 시인님께
감사드리는 맘에 창작의 향기] 방 섬기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또한 [창작의 향기]방에 작품 활동하시는
모든 문인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며.
늘 건강속에 향필하시게 되길 기원합니다.
미주시인, 소설가 은파 오애숙`~*
서피랑님의 댓글

최우수작 동하님, 축하드리고
우수작. 가작에 선정된 분들도 축하드립니다.
작품들이 참 좋습니다,
좋은 시들에 늘 자극받고
배울 수 있어 좋네요,
바쁜 시간 할애해주신 김광기시인님
귀한 심사평, 감사드립니다.
코스모스님의 댓글

심사평 김광기 선생님께서 하셨군요
반가운 마음입니다
최우수작 우수작 가작에 선정되신 문우님들
축하드립니다
김광기 선생님 멋진 시평 읽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최우수작 동하님을 비롯하여 선에 드신 문우님들 축하드립니다
심사해주신 김광기 선생님 감사드리며
새로 맡아서 열심히 해주시는 김부회, 이명윤시인께 감사드립니다
문우님들 좋은시 많이 쓰십시오~
라라리베님의 댓글

동하님의 화인을 비롯해 고유의 향기를 지뉘고
선에 든 시들이 참 좋습니다
김광기 시인님의 깊이있고 세심한 심사평도
새겨볼 말씀이 많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새로 창방을 이끌어 가시는 두분 시인님과
축하해주신 모든 문우님께도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오월의 끝자락 잘 보내시고
신록이 무르익은 유월도 행복하십시오^^
이장희님의 댓글

최우수작, 우수작, 가작에 선정되신 문우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여러분.
은영숙님의 댓글

최우수작 그리고 우수작 가작 에 선정 되신
모든 문우님들 진심으로 축하 축하 드립니다
심사 하시느라 수고하신 김광기 박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金富會 시인님
서피랑 시인님
두분 께서 창방의 운영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6월의 새 달 즐거운
행보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동하님 축하합나다. 내친 김에 올해는 사고 한 번 치시길 바랍니다.
참여하신 모든 문우님들과 심사하신 김광기 시인님 그리고 든든한 살림꾼
김부회 시인님과 이명윤 시인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4월의 최우수작에 드신 동하님을 비롯하여 모든 문우님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생각을 끌어내고 다독여서 글을 만들고 또 마음에 새기는 일들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인데 꾸준하고 한결같이
그 길을 걸어가시며 크고 작은 꿈을 꾸시는 문우님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또한 창방을 위해 애써주시는 김부회 시인님과 이명윤 시인님께도 감사드리며 마음으로 깊이있게 시평과 함께 선해주신
김광기 시인님께도 깊은 감사 드립니다.
동하님의 댓글

어구, 감사합니다.
창방 관리하시는 김부회 시인님, 이명윤 시인님께도 감사드리며
시평을 주신 김광기 시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부족한 시를 우수작에 뽑아주신 시인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유익한 시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들 건투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