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월 우수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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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259회 작성일 20-06-25 08:22본문
시마을 2020.05월 이달의 우수작
2020년 2월 시마을 우수 창작시 코너에 올라온 작품을 대상으로 한 창작시 부문 우수작을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등단 작가의 작품, 시마을 문학상 대상 수상자의 작품은 제외되었으며 발표 후 표절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우수작 선정은 자동 취소됩니다.)
최우수작에 선정된 분께서는 창작시 운영자에게 쪽지로 주소와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문화상품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최우수작과 우수작은 연말 시마을문학상 후보 작품이 됩니다.
[최우수작]
자벌레 그래프/ 대최국
[우수작]
밀물이 오는 저녁/ 담채
알폰소 무하의 집에서/ 코렐리
지팡이 언어/ 희양
[가작]
우리동네/ 동피랑
가시와 뼈/ 작은 미늘
나무의 시간/ 희양
신라의 달밤/ 대최국
찔레꽃 필 때면/ 라라리베
나는 일흔 살/ 담채
민물낚시/싣딤나무
*심사평 - 김부회
종종 시를 쓰는 분들에게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시를 어떻게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이다. 그전에 반문하고 싶다. 시는 어떤 그릇에 담아야 하는지? 시라는 그릇을 만들기 위한 흙의 선택과 물레를 돌리는 기술, 혼, 고온 이런 것들은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정작 ‘시인 자신’이라는 그릇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시인 자신’이라는 그릇에 방점을 두고 싶다. 시를 쓴다는 것은 제법 의례를 갖춰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막 쓰는 것이 시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간혹 시를 포함한 평론 등등의 글을 읽을 때 짜증 나거나 답답할 때가 있다. 안드로메다 어디에서 온 말인지 글인지 도대체 근원을 알 수 없는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과 언어 채집이라는 명목 하에 새롭게 참신한 말로 기술된 작품들은 영혼이 없는 대답처럼 들린다. 물론 선자의 지식이 부족하거나 글을 보는 눈이 흐릿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선자가 생각하는 시에 대한 보통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시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며 시인이 본 다른 종류의 세상이 있어야 하며 시인이 던진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소위 ‘문장주의’를 표방하는 작품들 속에서는 공감의 영역이 많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삿된 지식의 나열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생각의 꼬리물기로 만든 문장은 웅숭깊어 좋다. 같은 사물을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참신하고 좋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짜깁기한 글은 짜증만 난다. 시 속엔 시를 대하는 예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의가 시인 자신의 도량이라는 생각이다.
시마을 5월의 이 달의 우수작을 선별했다. 삼 십여 편의 시를 촘촘하게 읽고 선자의 기준에서, 선자가 판별하는 범위 내에서 등위를 결정한다는 것은 몇 번 해봤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모든 작품이 시인의 고뇌와 성숙의 시간을 담지하고 있기에 모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기준점에서 약간의 차이(표현력, 구조, 발상, 질감등...)가 최우수 혹은 우수 등으로 나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대최국의 [자벌레 그래프]는 자벌레의 몸짓에서 삶을 읽어냈다는 점이 시적발상의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땅을 기어가는 모습에서 몸으로 지구를 진단한다는 표현력 역시 타자적 관점에서 시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첫 연부터 자벌레의 몸짓과 나침반의 자연스러운 연결도 시를 끌고 가는 힘이 탁월했다.
담채의 [밀물이 오는 저녁]은 삶의 뒤안길을 바라보는 시선이 올곧다. 밀물 속에서 회한의 한 구석을 발견하고 담백하게 돌아보는 ‘삶’이라는 명제를 되돌아보는 시선은‘섭리’라는 어려운 말이 생각나게 했다.
코렐리의 [알폰소 무하의 집에서] 언어적 감각이 탁월하다. 주지하다시피 알폰소 무하는 일상생활에 발견한 것들은 예술에 접목시켜 실용미술을 순수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어쩌면 시라는 장르 역시 일상의 것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첫 연의 /한 소녀가,/ 뜨겁게 달구어진 빨간 돌덩어리를 낳는다/로 시작하는 시적 환기는 매우 유용하다. 한 소녀와 다른 소녀의 대비가 이끌어내는 감각이 탁월했다. 다만, 종행까지 여정에 군더더기가 조금 보였다는 점이 아쉬웠다.
희양의 [지팡이 언어] 역시 시적 소재의 타자적 관점이 좋다. 일반론을 입체화한 느낌이 들었다. 산문시의 장점은 긴장감이다. 긴장은 말 그대로 문장, 단어, 구성, 연결 모든 것에서 긴장이 연속성을 갖고 표현되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좋았으나 다소 아쉬운 점은 조금 더 단문으로 처리할 부분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미지화 하려는 시도가 군데군데 보이는 점도 매우 좋았다. 한 가지 부탁 드릴 것은 맞춤법이 간혹 잘 못 표기된다는 점이다. 좀 더 오, 탈자에 주의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김부회 프로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5 계간 문예바다 시 부문 신인상 수상
2015 월간 모던 포엠 최우수 평론상 수상
2015 중봉문학상 대상 수상
2019 계간 가온문학 창작지원금 수혜
2020 제 17회 문학세계 문학상 [평론 부문] 대상 수상
김포 신문, 대구 신문 시 전문 해설위원(현재)
계간 문예바다 편집 부주간(현재)
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 (현재)
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현재)
2014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 출간, 2019 평론집 (시는 물이다) 출간
[최우수작]
자벌레 그래프/ 대최국
나침반 위에 서면 지구를 굴리는
자벌레 행진에 동행할 수 있다
경계를 지우는 방법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자벌레의 행진을 나침반 바늘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 중이다
몸으로 이해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자벌레,
그는 판독이 끝나면 자신의 몸을 반으로 접어
지구의 심전도 그래프를 그린다
봄은 그 그래프를 이어 생명 띠를 만든다
몸으로 지구를 진단하는 자벌레는 길의 끝에서는
늘 주변을 끌고 중심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 담긴 몸의 공식을 해독하는 것은 길의 몫
한 땀 한 땀 지구의 숨 넘어가는 시간을
어루만지며 행진하는 자벌레
그가 그리는 그래프 모양이
누렇게 말라가는 5월
얇아진 지구 중심을 찾는
나침반이 멀미를 시작했고
자나방의 날개짓은 방향을 잃었다
[우수작]
밀물이 오는 저녁 / 담채
물이 온다
어린 고둥이 숨을 고른다
무연히 부푸는 만조滿朝의 첫물
모래 언덕이 푹푹 꺼지고 있다
아득한 바닥을 딛고
명치까지 차오르는 내 안의 수위
어떤 뜻이
물과 바람 모래의 거처에 나를 세워
영혼을 흐르게 하고
물은 나를 데려 어디로 가는가
바람이 불어도 늘 평평한 물의 표면
저 물속 어딘가에
내 몸이 처음으로 삼킨 파도가 하얗게 걸려있으리
저녁으로 갈수록
바다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 생에 전념하는 손들이 울음을 내미는
물금을 새로 그으며
밀물이 오는 저녁
지붕 위에서 고양이가 길게 운다
사람들은 물 위에서 장엄한 하루를 살고
새들은 돌아와 아픈 부리를 벼랑에 묻는다
살빛 노을의 둥근 정수리
한쪽이 패인 낮달이 진다
알폰소 무하의 집에서/ 코렐리
한 소녀가,
뜨겁게 달구어진 빨간 돌덩어리를 낳는다.
다른 소녀는,
날개 잘린 비둘기를 낳은 다음 의식이 없다.
그것도 설원에서 말이다.
거울이 쨍하고 맑은 소리를 낸다.
새 연극이 마악 시작될 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처음에,
잘 벼린 칼날로 자기 자식들의 배를 가른 메데아로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운다.
성에가 낀 유리창들이 함께 흔들린다.
투명한 손톱 밑에 못을 박는다.
주홍빛 균열과 흩날리는 눈발들.
차츰차츰 켜져 가는 어둠 속 등불들도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져
째각째각하는 신음이,
무수히 좁은 분초(分秒)들이 교접하여
더 많은 갈래길들을 낳는
어떤 처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아이들의 목을
은쟁반 위에 담는다.
이상하게도
머리를 무언가로 꽁꽁 감싼 듯 새의 얼굴만은 보이지 않았다.
지팡이 언어/ 희양
지팡이가 고단한 살점을 지고 한 뼘쯤 앞서간다. 어쩌면 무거운 세상을 감당하는 것 같고. 툭툭 땅을 치며 가는
지팡이의 언어를 읽으면 암묵적 메세지를 숲에 전하고 있다. 숲의 정령들에게 실시간으로 어떤 사물에 대한 정체성을 전하며 숲을 깨우고
모호함이 그려져 있지만 그의 언어는 국경을 넘을 때마다 그 나라만의 모국어를 유창히 구사 한다
짐승들이 해독하여 발 빠른 대처를 하고 그가 힘주어 엑셀을 밟으면 대개 오른쪽이 급격히 쇠락을 한다. 지팡이 문장을 해독하면
얼음 같은 차가운 가슴이 들어 있고 누군가를 의지해 권력을 갖으려는 묘사가 있다.
기억을 쏟아버린 203호 그남자 지팡이를 만지면 큰 나무 견비혈에 자주 명아주꽃이 피었다.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벨에 도전할만한 가능성있는 글이안보여
아쉽지만 입상하신 분들과 의윈님들 노고에
다만 막걸리 한잔을 송금드립니다
좀더 분발하셔서 노벨작가의 반열에 오르시길
성원드림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부회시인님, 심사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선에 드신 문우님들 축하드리구요
좋은 시,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와 함께 언제나 건강한 일상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부회 시인님의 심사평을 정독했습니다.
엄선하신 시들도 정독했습니다.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대최국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시엔 나름의 성취가 빛나고 있어 훈훈했습니다.
저를 일깨우는 행간, 모두 마음판에 새기고 갑니다.
시를 계속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조현3님의 댓글
조현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구의 심전도를 검사하는 자벌레의 발상과 묘사가 놀랍습니다.
우수작, 가작에 드신 쌤님들 축하드립니다.
김부회시인님의 심사평을 읽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우수작, 우수작, 가작에 선정되신 문우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여러분.
김부회 시인님 심사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심사평 참 좋네요,
대최국님의 댓글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벌레의 마음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시는 채찍 달게 받겠습니다.
오늘도 자벌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 귀를 열고 있습니다.
김부회 시인님 감사드립니다.
선에 드신 시인님들 축하드립니다.
여러 격려 등을 해주신 시인님들 감사드립니다.
코렐리님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분한 영광입니다. 더 열심히 하라시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너무나 예리하신 평이십니다.
김부회시인님 수고하셨습니다.
스펙트럼님의 댓글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김부회 시인님의 평론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고, 선 하신 문우님들 글 잘 읽었습니다..모두 축하드립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잡이가 되는 김부회 시인님의 시평이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부족한 시 눈여겨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써주신 운영자님
축하해 주시고 창방을 밝히시는 모든 문우님
다가오는 7월도 행복하세요^^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대한 예의, 스스로의 도량! 뼈에 새길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부회 시인님 심사하심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대최국님! 작품이 너무 놀랍습니다.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선에 드신 모든 분들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