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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있는 幼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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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3회 작성일 16-10-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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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있는 幼年



할아버지 볕이 잘 드는 안방에서 사과를 깎으신다. 은빛 나는 주머니칼로 온 生의 공력을 試演하신다. 껍질이 검버섯손등을 타고 바닥까지 흘러내린다. 한 치 두께의 오차도 없이 장판에 이어지는 곧고 둥근 길, 끊어질듯, 끊어질듯 휘돌아간다. 손수 바른 창호지문으로 햇살이 스며들어 할아버지 볼에 은빛 무지개가 서린다. 벽을 타고 천장에 어른거리는 빛 알갱이들 셀 수 없는 그림자가 문턱에 아롱진다. 하얀 속살 드러낸 사과, 할아버지 사과를 한입 콱 베어 무신다. 시큼한 사과물이 입술사이로 배어난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매달려 하늘까지 오를듯한 할아버지의 領地, 엎드려 맛본 幼年의 안쪽이 달착지근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7 07:42:0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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