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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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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선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64회 작성일 15-07-12 13:19

본문

백수와 라면


가스 불을 얹어놓고 깜빡했다
시간은 나를 팔팔끓다 못해 넘쳐흘렀다
넘친건 되돌릴 수 없다는걸 알고 있으니
무심히 다시 물을 준비한다
라면처럼 꼬물꼬물 얽힌 내 인생을 반으로 쪼깨
선반위에 둔다
다시 기포를 터뜨리며 뚜껑에서 무수한 눈물을 흘리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TV를 보며 기다리는 시간
나는 다시 나의 시간을 잊어먹는다
도착했을땐 사라져버린 불
하루에 몇번을 다짐했던가..
이렇게 또 하루가 불처럼 사라진다

시간을 끓인다
이번엔 넘치는게 싫어 조금만 넣었다, 아니 이젠 모자르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젠 냄비가 타버렸고
그 이후부턴 아무도 나를 끓이지도 찾지도 않았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인생처럼
라면수프는 뜯지도 못한채 쓸모가 없어졌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7-14 10:42:08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3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쓸쓸함이 느껴지네요. 간밤에 저는 헛헛한 기분에 라면을 먹고
또 좀 있다가 생라면에 스프를 넣어 매워매워 하며 먹고
또 좀처럼 가시지 않는 공복에 시달렸는데,
저녁은 초밥전문점에서 포식했는데도 이상한 기근처럼.

시간을 냄비에 끓이다, 기발한 발생이다 생각이 듭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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