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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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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8회 작성일 20-09-2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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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불의 가장자리까지 다가갔다. 후박나무 잎들이 벌겋게 물들었다. 


아이 하나가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새하얀 뼈가 차가운 물 속으로 침몰해갔다. 후박나무 잎들이 생기를 띠어갔다. 오월의 탑처럼 날마다 지붕이 높아져가는 집이 부근에 있었다. 


나는 직박구리새 한 마리처럼 선홍빛 꽃숭어리 안으로 숨어들어갔다. 뱀의 혀를 낼름거리며 황홀을 좇았다. 비어있는 방안에 가라앉는 불꽃줄기 하나. 일어오는 향기마다 균열이 있어 가장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선홍빛 치마를 곱게 다무는 벌새가 거기 있었다. 


바위가 쌓여 초여름이라 했다. 익사체들이 가지에 매달려 꽃숭어리인양 달큰한 시취를 내뿜었다. 향기에서는 딸그랑거리는 금속성의 부딪침이 있다. 입술과 입술이 닿듯이. 혹은 멀어지듯이. 기차가 서지 않는 시베리아 황야에서는 한참을 가야 비로소 자작나무 한 그루 볼 수 있었다.  


모닥불이 꺼져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05 18:23: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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