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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각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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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9회 작성일 20-10-08 10:59

본문



 오래 된 각도기 / 김 재 숙    


정말 어두운 것은 칠흑이 아니다

 

흥건히 젖은 씨앗을 뭉개고

거친 손이 붉은 꽃을 피웠던

뺨 위로

 

속없이 참 간절히도 철없던

자야의 여름은

탱자 같이 단단해서

노랗게 밤을 덧칠 했다

 

자야가 본 어둠이

혹은 내가 본 탱자가 무엇이었는지

슬몃슬몃 치솟는 온의慍意 가라앉질 않네

 

바이욘*에 가면 오래 된 각도가 있다

사면이 다른 각으로 보이는

멀리 혹은 가까이 찡그리고 웃는

타인의 얼굴이 천개의 나를 비추는 곳

그곳에서 성긴 그녀는

노란 해당화로 해안解顏을 거닐고                           

 

이지러진 결핍만 들이대는 내 얼굴은

여전히 좁쌀눈으로 각을 잰다. 

 

 

 

                                      *캄보디아 도시- 사면 불상이 있는 곳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13 13:08:0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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