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어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403회 작성일 15-12-22 07:58본문
그늘의 어록
이포
그늘 만들기도 어렵지만
흩어지지 않게 붙잡아두는 것도 힘들지요
내 속에서 탈의하고 배를 깔고
발바닥에 묻혀온 눈물 젖은 바깥들을 털어내던 그들
긴 꼬리에 해가 다 들도록 늘어진 적도 있지요
한껏 신사가 되어 떠나면서
발톱으로 내 발등쯤에 표식을 남기고 달아났지만요
내가 필요 없을 것 같은 밤에도
남의 눈을 피해 만나는 정인들도 날 무척 사랑하지요
증인 없는 밤의 맹세는 더욱 매혹적이어서
말하는 이의 고백도, 새기는 이의 순백도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르지만
한 천 년은 갈 것 같지요
내 귀엔 나의 그늘처럼 배반이 무수히 술렁거리는데
끝내는 누가 남아있을까요
내 가슴에 달아준 명찰
‘사랑의 맹세‘가 제 이름일까요
더 많은 것을 쓰려고 돋아나는 숱한 술렁거림
금세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고
왼발등에서 오른발등으로
옮겨 덮습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12-24 10:44:35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시 생각하니 차가울 것만 같은 그늘이 추억의 그늘이 되어 이발등과 저 발등으로 옭며다니며
나를 사로잡는 묘약처럼 느껴집니다.
날씨가 차가워집니다. 건강하시길요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이종원 시인님
꼭 사람의 마음 같아요. 맘 먹은 대로 되지않으니 말이죠.
님의 글은 늘 저를 깊이 빠지게 하더군요.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그자리에 그늘이 주는 효과는 별리나 변절을 경계하라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열 십자 칼금보다 날카로운 한용운의 키스 같은 사랑의 맹세가 동백나무 숲이 난
길로 돌아온 듯한 그늘의 어록!
이포 시인님, 바쁘게 살고 있지만 마음에 소중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승전결 잘 구성된 계절 누비세요~^^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제 글 보다 동피랑님의 댓글이 더 아름답습니다.
아직 졸렬한 글을 만해 한용운님에 빗대어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저는 늘 동피랑님의 시에서 많은 영감을 더올리곤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