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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火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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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418회 작성일 19-04-28 21:42

본문

화인火印

 

나는 우리 엄마를 보면서 아궁이를 떠올려

워낙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 활활 타올랐던 아궁이에서 까만 장작이 태어났을 거야

엄마, 기억에도 없는 불꽃이 그리워

이 아궁이 저 아궁이 찾아다니다가 오늘도 모조품만 찾아냈어

눈물로 부운 두 눈을 부릅뜨고선

목적지 잃은 망량魍魎처럼 떠돌다

도깨비불의 품 안에서 잠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인연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잠에서 깨면 다시 펑펑 울다 못해

안녕, 안녕 입으로 어눌한 기염을 토해냈어

 

자네, 인생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러게요. 무엇입니까

 

엄마, 물어보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더라

불빛에 홀려 따라왔다가 정신을 차리고선 여기가 어디냐 물어봤더니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더라

이별은 제법 익숙해지는데 결국 혼자라는 사실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어

엄마, 오이디푸스가 웅크려 굽은 등을 보이고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어

 

목우木偶의 눈가에 까만 그을음이 뚝뚝 흘러나왔어

타오름 없이 살다 가는구나, 하고

엄마, 기억에도 없는 불꽃이 새까맣게 그리워

심장에 새겨진 고독이란 각인이 아려올 때마다

열꽃이 온몸을 화사하게 휘감았지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도깨비불들을 멍하니 바라봤어

광기어린 웃음을 섞고 불꽃처럼 갈피없이 휘적거리는 춤을 췄지

 

이러다 나 지쳐 한 줌 재가 될 때가 오면

나 잠든 한 평 정도의 땅과

저승에 갈 때 입을 삼베옷 한 벌 건지면 두 말할 필요 없이

수지맞는 장사 아니겠어

라고 수없이 다독여도

엄마, 나는

아직도 사람이 새까만 상복마냥 그리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02 12:07: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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