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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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계보
수 백년 뿌리 내린 마을이 있다. 마을 초입 느티나무에 접붙어, 함께 자라고, 단풍 들고, 늙어 온 여씨 집성촌
얼마나 많은 자손이 골목을 뻗어 나갔을까, 벌어진 가지가 가지를 벌어 하늘에 닿았다. 한 때 하늘 길마저 덮어버린 이력, 뿌리 근처 텅 빈 내공이 환하다. 딱정벌레와 무당벌레가 둥지를 틀던 길목은 밤낮 새소리 부셨을 터였다. 부리 반짝일 때마다 무장무장 자라는 계보, 날갯짓 푸르러 우듬지마다 잎담 무궁하였으리라. 지저귐도 넘치면 과부하가 오는 걸까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어요. 더 많은 자양분이 필요해요. 하늘에 가까울 수록 낭떠러지도 깊어요. 새싹은 짐이 됩니다.
까치의 장손, 장손의 장손이 위태하게 걸린 빈 둥지. 너무 가벼워서 밑둥 버거워진 물질,
하늘 끝 막다른 골목부터 불이 꺼진다. 새싹이 피지 않는다. 장수하늘소도 자벌레도 낙엽이 되었다. 연두와 입 맞추지 않는 빗방울, 봄바람은 자꾸 거미줄에 갇힌다. 요람을 포기한 실낱 같은 계보, 그늘이 타들어 간다.
뿌리가 불안하다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느티나무 있는곳은
하나의 집성촌을 꼭
이룹니다
희안한 일 근데
느티나무가 사라지면
또 집성촌도 무너집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느티나무가 살아있는한
그옆에 묘라도 집성촌 묘는
지키고 있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홀연 시인님^,^
홀연님의 댓글

어쩌면 장승 같은 존재지요.
시인 명칭은 빼주시면 좋겠구요,
졸작에 대한 눈길은 감사합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넵 홀연 문우님
^.^
주손님의 댓글

홀연님! 사라져가는 집성촌의 현실을 참 공감있게 집어 주시네요
저희 마을도 어릴적 포구나무 한그루만 쓸쓸히 남아 집성촌의
기억을 무상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싱그리님의 댓글

느티나무가 있는 집성촌
정감있게 잘 표현해낸 시향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홀연 님*^^
선아2님의 댓글

감명깊게 잘 읽고 갑니다
홀연님의 댓글

걸음 주신 주손님, 나싱그리님, 선아2님 감사합니다.
좋은 글 해산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