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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선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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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8회 작성일 19-01-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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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선 숲>

북쪽 산은 남녘으로 비탈을 냈다
비탈  따라 숲도 기울어져 나란히 섰다
도끼날 전기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수십 년을 그렇게 그렇게 늙어왔다

가지 많은 나무라 바람 잘 날 없다
실은 여름에도 푸른 빛 볼 날 없다
간혹 동풍 불면 서쪽 향해 펄럭이고
내일 서풍 불면 동쪽 향해 펄럭인다

어느 날은 가만히 북풍이 불었다
가지 사이마다 썰려 지나가는 칼날 소리
어느 날은 가만히 남풍이 불었다
자못 꼿꼿한 선비처럼 잘은 헛기침 소리

높바람이 부는 날은 귀신이 우는 숲이요
마파람이 부는 날은 실바람 도는 숲인데
비바람이면 마파람에도 거칠게 울고
칼바람이면 높바람에도 죽어 지낸다

늙은 숲은 놀라우리만치 바람을 가린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하나처럼 움직인다
정말로 짜고 친 것이 아닐까
정말로 작당모의를 했을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1-14 20:22:5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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