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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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변절
석촌 정금용
병풍처럼 품어 안아
늘 어느 아낙 품속이었던 숲
출산 전 치마폭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해산마친
붉게 풀어헤쳐진
산통이 얼마나 깊었는지
주섬주섬 뒤처리된 헝클어진 매무새
못 볼 걸 본 것 같아 머쓱해져
그간에 내통을 차마 물을 수 없어
눈길 피해
못 본 채 지나치고 말았는데
훌훌 타올라
껴안을 듯 뜨거웠다 차갑게 식어
맥 놓고 널브러져
소리도 움직임도 낌새 없이 토라져
말릴 새도 없는
어느결에
바람이 함께한 쪽배에 몸을 부려
뜨고 말았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삼라만상의 시작과 끝을 잘 맞추셨습니다.
올골지게 잘 쓰셨습니다.
이 아침에 내가 태어나듯 신비롭습니다.
조반 전이실텐데 제가 진수성찬 올려드리지요.
맛나게 식사드시고 오늘 하루도 건강하소서 석촌 시인님!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문상 오셔 그처럼 활달하시니
저도 더불어 속 없이 신명이 납니다^^
수저 놓는 소리에 솔깃해지는 식전입니다 >> 수저 하나 더 얹을께요
현덕시인님 함께 뜨시지요 ㅎㅎ
고맙습니다
석촌
두무지님의 댓글

게절 속에 숲의 변절은 필연인가 봅니다
인생도 계절속에 꺾여가는 나약한 모습에서
사는 일은 누구나 꺾이며 지내는 것 같습니다.
심오한 글속에 잠시 함께 해봅니다
주말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고향으로 가는길은 즐거우나
더 먼 귀결에 길은 아득한 초행길 이기에
빈 몸으로 훌쩍 나서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

숲이 산모다라는 말씀이시군요
가을 숲은 산통이고요
지금을 몸을 추스릴 때쯤인데 그 통증이 좀 길 것 같아 안스럽습니다
새봄이면 비로소 털고 일어서겠지요
그 자식도 초록초록 자라겠고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산고 끝에 결실은
섭섭함 뿐인 듯 합니다 , 에오라지 그런 것 같습니다
봄에 잉태를 기다려야 할 것 같고요
고맙습니다
석촌
추영탑님의 댓글

어느 외딴집 친정 어머니와 딸이 치루는
흙빛의 고통이 느껴지는데,
자연의 순리로 바뀌는 숲의 변절! 그날의 슬픔을 예측이나 했을지... *^^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애써 낳고 보니
예측 못 한 허망함 뿐 입니다**
섭리가 가리키는 이정표의 손끝이 >>> 낮게 깔린 흙냄새를 향합니다^^
고맙습니다
석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