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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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톱으로 손톱 끝을 벼리던 여자가
후, 후, 손톱밥을 불었을 뿐인데
첫눈이 내리는 것이다
쌓지도 쌓이지도 말 것, 이라는
첫눈의 강령이 플랭카드처럼
바닥에 떨어져 얇게 깔리고,
애인에게서 받은 안개꽃 다발을
안으면 모조리 물방울이 되기를,
송이 송이 앉은 부스럼을
벽에 걸어두고 오래 가려웠던
여자가 기도를 했던 것이다
공중에 투명한 꽃가지가 얽혀 있어
첫 눈의 송이 송이는 외로움이라는,
아슴아슴한 간격을 지키는 것이다
세상을 첫눈처럼 다녀간 사람들이
상기된 뺨마다 매달아 둔 둥근 빛을
단춧 구멍에 밀어넣고 여민 소매 끝을
봄이 오면 풀어서 걷어 올리는 것이다
여자가 금방 바른 투명한 메니큐어를
후, 후 불었을 뿐인데
온 세상에 맺힌 눈(雪) 물이
다 마르고 있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1-23 08:42:3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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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창작시운영자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게시물은 하루 한 편 입니다
한 편은 자유게시판으로 이동하였으니 다음에 다시 올려주십시오
좋은 시 많이 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