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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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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올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79회 작성일 18-09-29 13:16

본문

   방수진

                   하올로

 

  오백 년만에 여자의 이름이 알려졌다

  필생즉사의 결기가 노인을 방바닥에 부려놓은 그날 밤으로부터였다

 

  명량의 파랑도 어찌할 수 없었던 노인의 어깨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여자는 보국과 안민의 무거운 갑옷을 벗겨주었다

  노인이 손아귀에 움켜쥔 보이지 않은 무기를 받아들었다

  아군은 굳게 믿었고 적군은 무서워했던 차마 내보일 수 없었던 무기가 손에서 풀려나자 진저리쳤다

  여자는 여전히 시퍼렇게 날이 선 그 두려움을 칼집에 꽂았다

 

  노인의 등허리를 길게 그어놓은 차가운 어명에서 손끝이 멈칫거렸다

  그 차가움은 아무리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정치가 노인을 포박해 갔을 때도 다급해진 옥좌가 반편의 몸을 전장으로 떠밀 때도 이리 노엽진 않았다

  용서치 않으리라

 

  입술을 깨물며 마저 옷을 갈아입혔다

  노인은 어린아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밤새 떨었다

  만백성의 두려움이란 두려움이 그리고 노인의 두려움이 요동을 쳤다

  여자는 노인의 몸을 밤새 쓸고 또 쓸었다

  날이 밝으면 이 더운 몸을 만백성과 난세와 옥좌가 통제사로 세워 총탄을 막을 것이다

 

  고욤처럼 메마른 젖가슴에 놓인 손을 꼭 잡아 노인의 밤을 지켰다

  용서치 않으리라

  여자는 역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로부터 오백 년만이었다

  노인의 갑옷줄을 마지막으로 묶었고 마지막으로 풀었던

  보성군수 방진의 여식이자 이순신의 영부인 이름이 알려졌다

  방수진이었다

 

  용서치 않으리라

  아직도 새벽 서리가 서늘하게 묻어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02 16:05:5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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