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1 ) 푸른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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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상처
석촌 정금용
밀주도 숨기고
사람도 숨었던
침침하게 들여다보이지 않는 그곳
어제를 까맣게 잊어버린
아침 해가
풍우에 삭은 학도병의 묘비를 밤새 지켜보던
이슬을 말리고 있다
닥나무 종잇장처럼
창백한 햇살 한 겹이 곧추선 대나무 틈새로 빗살무늬 진다
마디를 잘라
불어보는 피리소리는 제 흥을 주체하기 어렵고
한 낮인데도 어둑한 대밭에는
푸른 대창으로 겨누었던 매몰된 흔적을
바람이 풀꽃으로 어루만져
산책로로 변해 있다
역사를 할퀴며 지나가던 발길들이 드나들던
대밭 사이 길
죽죽 뻗은 장대 깃발이 노을을 붉히는 저녁
상처 입은 초승달이
허공에
외눈박이로 떠있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아리게 가신
푸른 영령들께 묵념 드립니다
석촌
두무지님의 댓글

대나무 밭에 감추어 두었던 밀주가 생각 납니다
옛 선혈의 풍습을 고스란히 적어 넣으셨군요
술 조롱박이 외 눈박이로 떠있듯 합니다
그 흔적들이 개발되고, 이제 저 먼 뒤편에서 시로 승화되고 있네요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유월은
아무리 맑게 닦아 놓아도
붉은 빛이 스며듭니다
힘이 빠져 절름거립니다
고맙습니다
석촌
김태운님의 댓글

푸른 상처의 내력이 궁금해지는 시향입니다
지난날 대창의 내력...
역시 유월의 기억이겟지요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푸른 풀빛은 풀과 대의 동병상련 비스름한
광란기엔 유일한 현지 조달품
상흔 가혹한 >>>> 기억의 뒷편
대밭은 늘 침침합니다
고맙습니다
석촌
임기정님의 댓글

죽창 예전 아버님이 해방후 들려 주던 이야기가 떠 오릅니다
일본 앞잡이를 향해 달려갔다던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주말 맞이하십시요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의외로 뚜렷한 엇된 광란의 뒷 모습
불망의 필름입니다
상잔의 흉터이지요
피리소리도 그래서 처량한듯 합니다
임기정시인님 비가 내립니다 >>> 논물 담기듯 풍성한 주말 되소서
고맙습니다
석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