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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네거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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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3회 작성일 18-05-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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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네거리에 서다

기다린다는 것이
꽤 유쾌했던 시절도 있었다
마흔이 넘은 사내에게 이제 기다림은
겉보리 반말쯤 남은 포대처럼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다 어느날
바닥을 만나는 것이 전부였다
늙은 어머니의 깊어진 잔기침을 만나거나
두고 갈 것도 없는데 어느날 두런두런
주위를 정리하는 아버지를 만나거나
세상 모든 것들을 돈으로 셈을 하는
고만고만한 나를 만나는 것이 전부였다

어제는 소득 3만불의 이 땅에서
갓난아이와 함께 이십대 초보아빠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제 남과 북이 나란히
어깨를 걸고 살아갈 거라는 뉴스도 있었다
그리고......
어김 없이 오월은 나를 찾아왔다

어쩌란 말인가
그 정도의 사소함들은 반나절도 안되어
어디론가 스윽 사라지고 말 것을......
오늘 나는 어느 독재자의 모교가 있는 네거리에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두려움을 만났다
이 모든 것들이 참인지 거짓인지
네거리에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나는 독재자의 든든한 노년을 생각하며
마른 침만 몇 번 퉤퉤 하고 뱉었다
그래도 방향을 잃고 두리번 거리는 나를
붉은 신호등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5-20 20:15:3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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