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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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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0회 작성일 18-05-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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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들

  활연





  술청은 저녁의 입술에 흘러넘치고 입속으로 불이 넘어간다
  싸락눈 마블링을 씹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누군가는 조난을 당했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옆구리를 베어내 사라졌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곁에서 잠들었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바깥에서 오래 서성거렸다

  목구멍에 기름을 부어 불을 지르는 일이 잦았으나
  극해에 닿는 일은 없었다
  방언을 주절거리며 물속에서 끓던 불을 마시면
  이 세상도 눈보라 기미 속으로 하염없이 개썰매를 민다는 생각
  불어난 술강으로 쓸리는 뗏목 한 척

  조랑말 등에 푸짐한 볏짚을 얹고 어느 저녁의 등에 기대 불을 마신다
  불은 속절없는 눈물의 적막을
  막막한 눈물의 평화를 극점으로 옮긴다

  오늘은 순록 가죽을 얻기 위해 순록의 눈동자를 도려낼 일도 없고 바다표범 기름진 껍데기를 벗겨 뜨거운 간을 식도 안으로 흘릴 필요가 없다
  애완견 무릎을 베어내 잠을 청할 일도 없다
  남쪽 끝에 박힌 한 점과 북쪽 끝에 박힌 한 점을 잇기 위해
  하염없이 등을 밀어야 할 저녁이 있다

  영영 사라지는 것이라고 믿는 표류들
  난파선에 몰려와 집성촌을 이룬 물고기들의 까만 귀와 맥아의 흰 눈들
  백야에 뜨는 푸른 달 
  극지로 옮기는 한 점 열을 생각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5-11 11:22:59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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