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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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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회 작성일 22-06-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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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돌담에 피다 시든  박꽃이 걸려있고

조막 밭에 반이 묻힌 호미가

녹이 쓸렸다

할미가 집을 비운 지 고작 3개월

금방 돌아온다고

부뚜막에는 놋쇠 수저와 밥그릇이 있다

뒤꼍에는 홀로된 들국화가 피어있고

어룽어룽 그리움이 서성이다

노을이 걸려있는 늘어진 거미줄 

처마에는 어둑한 메마름만 남아있다

 

유일하게 따듯한 곳인 쪽마루

맷돌에 튀어나온 옥수숫가루를 먹기 위해

익숙하게 드나들던 직바구리

비가 축축이 내리는 날

잔여물이 되어버린 맷돌

더듬이가 된 직박구리가 쪽마루에 걸터앉아

비를 피하곤 한다.

외딴집과 독거 할미는

6월이 7월로 바뀌는 형체를 잃은

6월과 같이 허한 공간이 돼버렸다

부재로 옛 곳이 되어버린

무용한 것들로 되어 버린

빈집도 죽어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6-26 12:41:0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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