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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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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芻仙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74회 작성일 18-03-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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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한때, 어쩌면 몇 시절에 걸쳐 나는 훗날 내 삶이
  크고 넓고 높은 곳에 다다를 것이라 믿었다
  크고 넓고 높은 이들에게 길을 물었고
  크고 넓고 높은 것들을 찾아다녔다

어딘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더 이상 새치를 뽑지 않기로 작정한 잔설 그윽한 봄날 나는
  발 아래 구름 흐르는 산밭, 지루하리 만치 기나긴 이랑 가운데서
  키가 열 척이 넘는 고소작업차를 탄 채  뚝, 

뚝, 사과나무 가지를 친다

무언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때 되면 꽃필 것이고 그 열매 익을 것이다
  알맞은 햇빛과 알맞은 물과 알맞은 바람과 알맞은 거름과 알맞은 벌레와 알맞은 이것저것들이 알맞은 때에 주어진다면
  색깔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 맛까지
  새콤하고 달콤하고 아삭할 게다

물론, 무언가 알맞지 않은 게 있어
  시큼하고 들큼하고 오싹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마침내 다다른 이 산밭이 그러하듯이
  뿌리 얕은 저 식솔들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아직 알맞은 양을 모르는 여름지기

늘 젖꼭지만 한 소름들을 달고 살아야 한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2018. 3. 22. 芻仙齋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3-27 09:28:2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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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다리면 이런 봄날도 오는군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문 것 깨물긴 힘들어도 여무디여문 작품은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나 여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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