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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앞 대객기는
물의 속살부터 뒤집는 혁명기
달이 점점 커지면서
조류가 빨라 물이 살아난다
수평선은 좌우 기울지 않고 늘 공평한데
민중처럼 움직이는 물고기 떼
물살의 세기와 방향 따라 각자 영법(泳法)이 다르다
들물이 채 몇 시간도 안 지나 날물로 바뀌듯
물때를 읽어야 은비늘의 물목을 알 수 있다
바람은 자고 간만의 차 별 없는 봄날
바닥을 살피는 척 편파적 도다리보다
오늘 나의 상대는 아나키스트 감성돔
파도가 제 몸을 찢어 때리는 갯바위
포인터가 위험해야 강한 입질이 성립한다
고봉밥 차린 월식(月蝕)의 밤
조용히 크릴 밑밥을 바다에 뿌린다
봉돌을 축으로 멀리 포물선 하나 그렸다
밤새 한려수도 초원을 침묵으로 밀고 간다
마침내 접영 하던 나비가 내려앉듯
초릿대가 파르르
놈이다
터질 듯 긴장 팽팽한 끈
목줄이 원줄을 잡고 나를 구부린다
내가 놈을 낚은 건지 놈이 나를 붙든 건지
한참 서로 밀고 당기는 순간
물 밖으로 치솟는 은빛 날개
뜰채로 올리면
자유가 푸드덕
잡았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감시, 감씨이, 통영에선 그렇게 부르죠,
목줄, 목숨줄, 팽팽한 줄을 타고 오는 목숨, 긴장,
자기 몸무게보다 몇 배 더 나갈 것 같은 무게, 그 질긴 안간힘..
감시 한 마리에 시 한 수라..
싱그러운 봄입니다.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그동안 좀 느슨하게 생활하여 눈곱 반만큼 부풀어 돌아왔습니다.
슬슬 글공부를 다시 해야겠지요.
비린 숨줄에겐 미안하지만, 우선 오짜 감시 한 마리 미역국 끓여 드시라고 창작해 올렸습니다.
다음엔 진짜로 시간 내어 뵙도록 하죠.^^
활연님의 댓글

감성돔에게 현혹되어 몇년 바다를
누빈 적 있지요.
영등철엔 대물이~
이맘때는 산란하려 갯바위에 바짝 붙을 텐데.
감성이 풍부한 낚시질도 옛일이 되었네요.
저는 서녘 끝자락에서 노을을 헤엄치는 돔을
눈으로 낚고 있습니다.
자주 오셔야 신선한 손맛을 볼 터인데,
그 특유의 시맛을.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활연님은 요산요수에 해당하니까 어질기도 하고 총명을 가졌다고 봐야겠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혼섬이 된 적도 있었다지요. 어쩌면 사월이라 바다가 우리에겐 더 무섭게 느껴지겠으나
사실 바다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자꾸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 혹돔 눈빛으로 사로잡는 분에게 언제 권주가라도 불러주어야 하는데....
저야 늘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조금 쉬었으므로 다시 시작해야죠.
항구에서 힘드시겠지만, 아버님과 행복한 시간 되길 바랍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내가 놈을 낚은 건지 놈이 나를 붙든 건지]
바다 낚시를 해 본 적이 없어 그 손맛을 모르겠습니다.
시인님 시엔 근사한 묘미가 들어있어요
흥을 부르는 재주 부럽습니다.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오랜만 입니다.
늘 건필하소서, 동피랑 시인님.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반갑습니다.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제 졸글에서 흥이라 할 게 있겠습니까?
물가에 살다 보니 그저 요설을 풀어둔 것입니다.
일 년에 한 번도 채 못 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인님의 선한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봄날을 맞아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