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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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사성부의 팽팽한 악보 위로 함박눈이 지나가고
구석진 양달의 노란 알토음 앞으로
서릿발 절며 지나간 지 한참, 분홍 꽃머리에 바람이 인다
사월은
탈고되지 못한 시어들이
모로 누워, 언 땅 위에 꽃 이름 불러내듯
가만가만 서로 부르며 벅차오름에 얼굴을 씻고
바람의 음표들에 몸 비비고 섰지
산다는 것은
문 앞에 의자 하나 내어 놓는 일,
부르는 이 없는 내 이름의 발을 보며
어쩌다 여기냐고,
왜 여기 섰느냐고 묻지 않았어
살아 낸다는 것은
덧칠 되는 물기에도 단단한 눈빛 하나 가지는 일,
가슴 먼저 내어주고
수만 번의 붓질로 앙가슴 하나 그려
두 손에 꼭 쥐고
살며시 건네주는 일
제 이름 석자에 꽃을 피우는
2018.4.10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4-14 20:58:2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우수리시인님의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시향앞에 머물렀습니다
좋은글을 감상하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따스한 봄날이 늘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우수리솔바람님의 댓글

예, 셀레님 고맙습니다. 늘 격려의 말씀이 향기로워
마음 등달아 피어납니다.
올리고 보니 너무 무거운 봄이 되었습니다.
늘 건안하시고 햇살 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서피랑님의 댓글

문 앞에 의자 하나 내어놓는 마음...
많은 가슴이 앉았다 갈 것 같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우수리솔바람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시인님의 깊은 시심이 통영 맑은 물길을
더욱 환하게 하는 빛나는 오후인가 합니다.
고마우신 걸음 마음에 담습니다.
오늘도 빛나는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