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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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나의 철자법은 언제나 서툴다
비툴 삐뚤
모음의 깊이를 다 담아내지 못하는 받침의 슬픔이
자음의 넓이를 붙들어주지 못한 모음의 안타까움이
늘 서로 껴안고 삐걱거리지
필기체도 서정체도 서툴기는 마찬가지,
한쪽이 길면 다른 쪽이 기울어서
정서 불안한 뒷모습, 방향도 제각각이지
시의 숲에는 무엇이 살까?
기우뚱, 발끝으로 더듬기만 하다가
급한 마음 업고 땀 흘려 가다보면
배경은 지워지고 늘 제자리 찾아 원을 도는
안개 속이었지
황당함이 길을 나서고
미답未踏의 막막함이 앞을 가로막을 때
지워졌던 길 잠시 보이기도 하지만
늘 돌고 있었던 거지
말의 삭정이들이 일어서는 그곳,
시간은, 언어의 관절 속으로 숨어버리고
부풀어 터져버린 생각들이
이토록 짙은 회색 눈이 되었을까?
꽃도 나비도 스며들고 만 저 미로迷路의 눈빛
홀로, 멈출 수 없는 길 위에서
아무도 본적 없는 나를 찾아가고 있다
노란 햇살 주머니 허리에 차고
하늘을 닦아 낼 파란 손수건 한 장 접어 들고
보이지 않는
시의 하늘을 바라보고 섰다
안개 속에서
2018.4.11
*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맴도는 일을 말하는 등산 용어다.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묘사가 부풀어 터질 것 같습니다
안개 한 켠에서
쉿 소리가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석촌
우수리솔바람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에 눈길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꽃향기 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석촌 시인님!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제생각에는 시를
우수리솔바람님의 댓글의 댓글

셀레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감당 못할 찬사로 오히려 저를 부끄럽게 하십니다.
오늘도, 정원에 피어 있는 샛노란 민들레처럼,
선연한 행복의 한 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