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그려진 봄의 서사敍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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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그려진 봄의 서사敍事
까치 두어 번 울더니, 산허리와 정수리 아랫골 윗골 할 것 없이
무차별로 날아와 터지고 있다, 놀란 장끼 꽁꽁거리며 날아오르고
곤줄박이 수다에 무덕무덕 부풀어 가는 하양과 분홍의 탄흔들,
사월의 포연에 하늘 아득하다
행길 높은 담장 안에서도 사붓사붓 몸 키우기가 한창이다
도심을 휘저으며 햇살 타고 오는 벚꽃의 혼절하는 향기에
휠체어 위의 통증조차 술렁이는 병상, 하얀 커튼 뒤의
링거 줄 감긴 놀란 가슴들이 창가에 몰려 동그랗게 웃고 있다
접수대 옆 대기실 창문 너머 사월의 아침을 흔드는 목련의 잔기침이
떨어져 발아래 녹슬어 가고, 한 사흘 아래위로 뛰어다니다 우리
동네 꽃순이 손잡고 달아난 소소리바람의 용심 뒤로, 한 두름 엮인
햇살이 창 앞에 앉아, 먼 포성에 고개 숙여 귀 모으는 수선화
노오란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2018.4.12
댓글목록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우수리시인님의 시를 통해서 느껴지는
4월의 모습이 곱기만 합니다
지금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 생각도 하였답니다
고운글에 머물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우수리솔바람님의 댓글

화창한 봄날 병원을 찾았을 때, 저의 마음에 붙어
따라 온 풍경이었습니다.
요양 병원은 돌아서는 가슴이 참 아리지요 우리들의 미래이기에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순간들입니다,
오늘도 높은 마음으로 기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셀레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