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깨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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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깨물다
힘써 제자리 찾아오던 봄, 한 이틀 추적거리며 물청소 하더니
길 위의 걸음 멋거리지고 목에 두른 머플러는 더욱 민첩하다
참았던 숨이 아파트 옹벽 사이에서, 햇살 꽂힌 언덕배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눈 비비는 이파리 너머 애기들과 손잡고 있는
이른 꽃밭 양지, 엎드렸던 가지들이 눈뜰 날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촘촘히 다잡은 포신마다 불룩한 꽃망울 꾹꾹 다지며 발사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입 속에 넣고 봄을 깨물었다
그리운 날들의 체취와 음성이 가득 터져 나온다
이륙하는 한 시절의 긴 비행운 뒤로,
계절의 정류장 오르고 내리는 이들 불러
한 상에 둘러앉는
나의 봄날은 아직 맑음이다 밥상의 냉이국처럼,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때다
2018.3.22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눈 뜰 날 기다리는 강아지, 처럼
근사한 봄이 또 있을까요.
우수리솔바람님의 댓글

ㅎㅎ 또 이렇게 귀한 걸음 놓아주시니
고맙습니다.
토영이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두분으로 인해 서피랑, 동피랑을 꼭 찾아 보고픈 마음입니다.
향긋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