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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가 있다

오늘을 먹어치우고 모자라

어제, 그제도 벌써 삼켜 버렸다.

 

 96년 시간은 블랙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 세기 쌓아둔 추억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다.

 

모진 풍파 겪으며 쌓은

한평생 삶 무심히 잊히며

점점 작아져 꿈에서 만나는

어미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다섯 손가락 자식을 보며

너는 몇째냐고 묻는다.

 

생각만으로 보고 싶은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된다.

타임머신 타고 시간 여행한다.

 

개나리꽃 입에 물고

진달래꽃 한 줌 쥐고

코스모스 꽃길 따라

함박눈 내린 눈 위를 걷는다.

 

 생각만으로 보고 싶은 세상이

마술처럼 뚝딱 만들어진다.

 

업어주던 어린 동생 만나고

쉰넷에 일찍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눈물 흘린다.

웃고 울며 만든 오늘 금방 또 잊는다.

 

타임머신은

잃어버린 시간 보다 더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뚝딱 만든다.

 

 어느 누가

시간 여행 하는 선각자를

치매 노인이라 무엄하게 말하는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7 20:32:5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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