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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신은 실패작이다 생각한 적이 있다
문정완
한척 열기구가 뙤악볕을 부려 놓는다 건강원이 줄지어 선 길거리에 네발 그림자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길바닥에 붙어있다 식칼을 든 여자의 안면에 두꺼운 피 맛이 녹아있다 아이들 안구에서 비명이 자랐다 길가는 사람들이 다친 눈동자에 눈꺼풀을 붕대로 사용한다 사각의 감옥 안, 혀들이 침묵을 바른다 이 동네는 막장을 신앙으로 숭배했다 무릎 밑은 대낮에도 캄캄했다 한집건너 한집 칼을 골조로 종교를 세웠다 주차원이 에버랜드 초대권처럼 주차권을 건넨다 놀라지마 이 행성은 불행을 축으로 돌아가 죽은 화분의 구도에서 철사줄 원형을 만날 거야 카운터에 앉은 여자의 하품이 비극을 대사에 삭제한다 근처교회 첨답에 살고 있는 귀가 큰 종은 여전히 사랑해 하고 종이를 먹고 있다 해체된 문장이 무게로만 저울대에 오른다 (ㄱ) 자가 떨어진 건강원 간판이 건강하게 버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0 14:49:50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문정완님의 댓글

무허가
송경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 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 집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사당을 두번이나 점거해
퇴거 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에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 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안희선님의 댓글

굳이, 읽을 거 없다며
빨간 줄을 죽죽 그어 놓았지만
한개 남은 눈으로 기를 쓰고 읽었습니다
읽은 소감은
불편함을 핑계대고 안 읽은 것보다
나았다는 거 - 그러니까, 읽기를 잘 했다는
신은 명백히 인간의 실패작이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만든 신은
인간을 일컬어 최후까지 간직하는 나의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거
조조할인으로 들어간 상영관이었지만,- 여긴 새벽 4시가 되어가고
참 뜻 깊은 감상이었네요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문정완님의 댓글의 댓글

쭉 쭉 그어 놓은 바람에 눈을 불편하게 해드렸군요
가끔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신은 실패작이다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안희선 시인님^^
동피랑님의 댓글

상영관에 무슨 거미줄이 이렇게 많소?
내용인즉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네마스코프군요.
화창한 날 맹그소서.
문정완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은 도처에 거미줄이라서 거미줄을 쳤더니 아 글쎄 동피랑님 걸릴줄이야
동피랑도 화창하고 맛있는 날 맹그소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