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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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매운탕/하올로
굴비들이 엇갈려 누워 있습니다
머리가 이쪽으로인 굴비와 저쪽으로인 비굴이
지푸라기에 묶여 있습니다
굴비의 은비늘을 벗기고
비굴의 내장을 들어내고
이렇게 차마 꿇을 수 없는 무릎에 비린내를 묻히며
한소끔 자작하니 지져놓으면
누추도 끼니가 될 수 있을까요
비굴로 묶여도 괜찮을 것입니다
굴비로 묶여도 괜찮을 것입니다
한 무리의 조기떼 같은 날들이
엇갈리게 누워 아귀를 맞추어 한 두름입니다
다급한 숟가락들이 휘휘 내젓습니다
내려다보던 저녁이
은비늘을 드러내 반짝이기 시작한 것도 그 순간이었습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1-10 14:57:57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이러지 마세요. 매운탕이 맹탕이 되어서야....쩝.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면 욕 처배이 듣겠지요.
그런데 누가 썼느냐에 따라, 동일인의 다른 작품들에 비추지도 않고
시를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비얍게 유희를 목적으로 쓸 경우도 있겠지만, 배우는 입장에서는 늘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읽는 게 버릇입니다.
조기 아니더라도 시포의 증언을 받아 적기 위해 주말엔 장 구경을 가겠습니다.
하올로님, 오늘은 소한 집에 머물러도 좋습니다.
제가 조금 전 장작 불에 남풍을 불어넣어 구들장이 뜨끈뜨끈 할 겁니다.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비굴과 굴비로 삶을 쓴 밥상을 받아들고 읽으니
저절로 간이 맞습니다.
왜 이리 한숨이 나려 하는지 모르겠네요.
오가는 젓갈에 시답지 않은 시가 작을 떼는데
거기 젓갈 들고 앉은 저로 읽히니.
즐감하였습니다.(--)
이명윤님의 댓글

굴비가 거꾸로 누웠으니 비굴이 맞네요
비싼 생선은 쳐다보지 못하고 둘둘 묶인 굴비에게 눈이 가는 일상,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가 굴비나 별반 다를 것 없는 나날입니다.
자주 느낀 것이지만
시의 지점을 찾는 시선이 남다르십니다...^^
이제 간만 약간 맞추면 좋을 작품같습니다.
하올로님의 댓글

동피랑님, 박찬일님, 이명윤님...격려 감사드립니다.
생활이란 놈이 저를 데리고 다니다가 이제야 컴 앞에 앉히는데...
그것도 저쪽에서 눈알을 부라리며...재촉을 하네요 ^^
날이 춥네요. 건안하시길....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