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쏘아 올린 무르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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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쏘아 올린 무르팍*
공잘
살결의 밤들은 너무 어두워서
거미는 제 방에서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장미**를 핥는다
육체에게 절벽까지 밀린 거미
눈 질끈 감고 새가 되어보기로 한다
그리곤 다음과 같은 말들을 떠올린다
기도 안에 목숨 한 장 겨우 욱여넣었어요 기도를 쪼아 먹고도 새는 백 번을 추락해요 컴컴한 밤들한텐 사산당한 새가 자라요
죽은 새***가 자신은 벌레 속에 깃든 폭우임을 깨닫고는
육체를 끝장내기로 한다 그리곤 뱃속에서 꺼낸 장미 위에 다음과 같이 적는다
‘모자를 벗겨 주세요’
*조세희(1976)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빌려옴
거미는 오늘도 종이비행기에 무르팍을 싣고 달나라로 떠난다. 여전히 주례사는 한 걸음 안에 요절하고 인도를 열심히 걷는 어젯밤들일수록 허공의 키가 자란다. 지겹다. 달 없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
**노동자의 무릎에서 파스를 떼어내면 장미 냄새가 난다. 그들은 상류에서 장미 문신을 한 귀인과 자주 만난다. 피케티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실 그의 주요 결론은 ‘무한 축척의 원리’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다. 즉
자본은 계속 축적되면서
갈수록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움직일 수 없는 경향이 있으며,
그 과정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자본주의의 파멸을 예언한 근거다. 이 통찰은
21세기에 대한 분석에서도 타당하며, 어떤 면에서는
리카도의 희소성의 원리보다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한다(2014. 21세기 자본.).”
나무들의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귀인이 빛바랜 빨간 색연필로
수평선을 따라 그려놓은
석양을 바라본다.
***오늘의 하드코어
CNN이 지난 8월 14일 리비아에서 현대판 노예시장이 성행 중이라고 폭로했다.
청년 두 명이 90만 원에 거래된다.
내전과 가난으로부터 탈출해 새 삶을 시작하려는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입국 브로커들과 난민 밀수꾼들에 의해 노예시장으로 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공포에 절인 밤들의 흰자위
빅토리라는 21세 나이지리아 남성은 CNN 인터뷰에서
"밀수꾼들은 먹을 것도 주지 않고 때리고 학대했다"며
자본주의가 미장센한 포르노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은 몸에 맞은 자국이 있거나 신체 일부가 훼손됐다"고 했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23 09:29:50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공덕수님의 댓글

이렇게 한 번 쓰보고 싶은데..머리도 손도 딸립니다.
자꾸 읽으면 닮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싶어 교본 삼습니다.
고도가 다른 새 같습니다.
공잘님의 댓글의 댓글

내어주신 말씀이 자못 무거워 받아 안기가 벅차네요.
날씨가 꽤 추워졌어요. 詩불 때며 엄동 달래며 한 계절 또
잘 건너가야겠어요. 감사해요.
선재도님의 댓글

오래전에 소설로 읽은 난쏘공~
좋은시 !!~
공잘님의 댓글의 댓글

선재도 님, 고마워요.
겨우내 건강하시고요~
최정신님의 댓글

공잘님...가을 끝자락에 오셨네요
본문도 신선하지만 *,**,***,이 눈길 오래 머물게 합니다
자주 보여 주세요.
공잘님의 댓글의 댓글

샘, 안녕하세요~
일상이 촘촘해서인지 그릇이 미덥지 않아서인지
여간해서 시가 고이질 않는군요.
폭설이 알은체하면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