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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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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터모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59회 작성일 17-11-22 02:06

본문


파리지앵

 


검지와 엄지를 비벼 소리 한 마디를 지운다, 지나는 차량의 경적이 한 갈래 바람소리를 지운다, 수변에 부딪는 물결이 소리 한 자락을 지운다, 새떼가 멀어지는 공중의 경계에서 점멸한 색채의 소리, 소리는 유리 한 장의 두께로 미끄러지며 한 마디는 `사위나 사이`처럼 비워졌다, 풍경 하나가 오랜 잠 속에서 깨어날 것만 같다, 시간도 불면도 유리 한 장 덧댄 그리움도 꺼진 불빛처럼 헝클어져 최후와 닮은 빈 소리의 외형으로 잠긴다, 어쩌면 잠겼거나 어찌하였으므로 담겼을, `그러하였다`로부터, 입김 한 번 불면 소리 소문 없이 세계를 나가버릴 것만 같은 아귀 속 행마.

편의점 테라스에서 여유라는 인상을 헛발질하며,

이 세상 바퀴달린 것들은 얼마나 잰걸음마로 직립을 우겨넣는지.

화병에 꽂혀있는 선홍빛 색조의 눈웃음이 눈가에 차인다,

석양처럼 번지는 성질을 한때는 `불새`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발그레한 치마폭이나 화사한 기단을 휘날리면 너는 곧잘 새가 되고,

초점이 침몰하듯 눈동자 깊이 가라앉는 화양을 앓았다.

시간을 다 태운 담뱃불이 기억을 꺼뜨리고 눈길에선 방향이 정거한 소리가 미쁘게,

또한 이채롭게 젖다간다.  

떠도는 소음 겹겹으로 먼지가 내린 듯

시선들이 오후와 켜켜이 쌓이고 있다. 



2017.11.20.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30 10:04:54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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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공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군지 아실 듯해 인사는 생략할게요.
유전자결정론과 환경결정론 중 어느 것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예술에 관해서는 유전자결정론에 손을 들어주는 편이지요.
무대막을 걷고 주연배우가 서서히 걸어나오고 있는 느낌.
무한 잠재성, 응원하고 가요~

터모일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터모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신지 짐작이 갈 것도 같은데요, 예전 올리셨던 시 중에,
`경련`?????????? 맞다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대단한 시라고 생각했었는데, 많이 아쉽게 생각되더라구요.
다시 한 번 이곳에 올려주셔서 보는 즐거움을 베풀어 주시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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