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무게 속에 하얀 잔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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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무게 속에 하얀 잔해의 귀환
답십리 산12번지 달동네 눈물에는 늘 무궁화 꽃이 피어 있었다. 새끼에 꼬인 3.5K의 무게는 내가 꿈꿔왔던 희망이거나 좌절이었으므로 초저녁 노을빛에 한 송이를 활활 불사르거나, 그믐 달빛 벼랑으로 또 한 송이의 목을 꺾는다거나, 푸름이 타버린 3.5K의 검은 무게에 남겨진 500g의 하얀 잔해는 내가 밟고 왔던 휘어진 길이였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걷어차 버린 좌절이었기에 내 영혼의 무게 21g이 빠져나간 검은 무게와 하얀 잔해들 사이 내 마음의 무게도 21g가량 가벼워졌을까?
산12번지에서 돌 차기 하던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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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안갯속으로 너의 손을 놓았고,
내가 떠났던 우물에는 너의 영혼이 묻혀있거나, 영혼보다 무거운 안개가 둥둥 떠다니며 볼트와 너트에 이빨 빠진 사이로 빛이 새고 있거나, 뇌관을 긋고 가는 수상한 불빛은 세상을 헛돌리던 불 깡통으로 하늘에 던져지던 희망의 무게였으므로 오늘 심장을 겨누던 총구는 허름한 연탄 곱창 구이집에서 3.5K의 검은 무게와 500g의 하얀 잔해의 쓸쓸한 귀환을 엿들었으니, 서로 다른 어딘가에서 아무렇게나 독버섯처럼 자라온 지독한 과거와 희망이 잘려나간 꿈틀거리던 좌절과 함께 입안에서 오물거리다 삼켜지는 화약 냄새 같은 죽음과 속절없이 무너지던 이유는 아직도 3.5K 무게가 그 어딘가에서 삶의 무게를 누르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오늘 하얀 잔해에 떨어진 영혼을 주워 담는다. 누군가가 걷어차 버릴 500g 무게에서 21g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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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검은 무게 속에 하얀 잔해의 귀환,
제목만큼 어려운 귀환을 하셨네요
무탈 하신지요?
모처럼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건필과 평안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