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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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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83회 작성일 17-12-0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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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 

            활연






       울렁거리는 거울 속에 살았다


               *


       모자 안에 사는 계절들이 불어온다 메두사가 뱀을 날름거리면 왕의 자지를 증오한 궁녀처럼 슬프다 구름을 반죽하는 건 쉬웠다 비틀어 짜면 비가 내렸다 우울증은 양파 같았다 그런 날은 우는 척 울었다

       담배를 피우면 배가 불렀다 도넛은 창틈으로 빠져나가 구렁이가 되었다 아랫집 여자가 홉뜬 눈을 들고 와 흔들더니 사다리차로 옮겨졌다 입에서 뱀을 푸는 일이 쉬워졌다


               *


       머리칼을 빗으면 만 년 후에 다시 태어날 것 같다 더 꼬불꼬불해져서 헤엄칠 것 같다

       사자를 낳는 꿈을 꿀 때면 이가 시렸다 잇몸을 다 들어내자 입안이 고요해졌다 소리가 눈을 달고 소리를 그렸다 벽은 수평선 같은 거였다 펼치면 출렁거렸다 유리 속에서 뺨을 때리는 일이 잦아졌다


               *


       수족관을 들여다보면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은 거 같다 오래전 아가미로 숨 쉬던 때나 입술로 거짓말을 완성할 때처럼 뻐금거리면 실패한 연애들이 공기방울처럼 떠올랐다

       새벽녘엔 초승이 쿨렁거렸고 별을 말아 물밥을 먹을 땐 등이 시렸지만 허구를 적을 땐 휘파람새가 날아올랐다 이를테면 텅 빈 충만, 그런 거였다


               *


       적은 일기를 다 지우면 구원받을 거야 종이를 먹고 나무가 되면 좋겠네

       거울이 벌린 커다란 입으로 성기를 밀어넣었다 반성을 빈번히 사정하고 나면 공연히 나른하고 세상의 모든 잠이 내게로 쏟아졌다


               *


       날마다 거미줄을 푸는 꿈을 꾼다 싱싱한 심장에 빨대를 꽂고 튼튼우주를 마시며 공허해지면서 자라는 꿈으로 나무는 목젖이 떨려야 물결이 생긴다 그러니까 북반구에서는 꼭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하는 규칙을 지켜야 하고 별똥별이 떨어지면 입을 크게 벌려야 한다

       시 속에 들어가 시를 탕진하다 죽은 자들과 차돌 같은 밭을 ─ 도무지 뭐가 솟아날지 수백 년 후에나 추수하는 그런 돌밭

       경지를 위해 경작을 버리고 자판을 외웠다 손가락이 적은 걸 뒤늦게 읽는 건 당황스러웠지만


               *


       입에서 줄기차게 기어(綺語)가 기어나왔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2-11 10:19:04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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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의 시류, 아니 세태는 기어와 그저 그런 평어 구분이 잘 안 되는 세상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라>하면서, 너도 나도 綺語를 즐기는 걸 보면..

사실, 진정한 의미의 매끈한 언어는 그 말 속에 압축된 정신의 힘을 담고 있으며
그것이 시인의 것이면서도 우리의 것, 혹은 우리의 것 이상일 수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 같은 기어를 구사할 능력도 안 되어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만 골라 쓰고 있지만 (웃음)

한편 생각해 보면, 뛰어난 시 세계는 구태의연한 상념이나 고답스러운 정신장소에
머무르기보다는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곳>에 반짝이는 정신으로
자리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세계는 실은 좋은 시의 편편에 내재되어있다 할만 합니다
(오늘 올리신 이 시처럼)

화두처럼, 던져주신 시에 머물며
시행과 시행 사이, 즉 행간에 생략된 의미까지 말하는 시인의 기어가
부럽기만 하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어 

문득 시에서 시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다 기어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에 의해서 태어나는 시어는 분명 기어 같습니다

시편에서 기어와 생어

두마리 물고기가 물질을 티고 낮선 강폭므로  흘러들어
나들목에서 합류하는 언어는 낯설지만 찐뜩한 서정이 베인 그 서정조차 행간에 숨겨진
언어의 조탁은 시인의 큰 덕목이다 싶습니다

늘 시와 활강하는 활의 시윗줄은 팽팽하다

요즘 시가 선명해진다 싶습니다
임맥과 독맥이 타동된 고수의 면모에서 오는 결과물이 아닐지

잘 읽었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어, 코 끼어 숨 막히는 독자. 모르는 단어 하나도 없고 모두 한글이니까 읽기도 좋고,
그런데 어디서 길을 잃었더라? 미로는 눈으로 찾을 게 못돼 역시 냄새로 찾습니다.
자꾸 감상하니 나름 활로가 보일 듯 말듯 손짓합니다.
당연히 건강한 시간 쌓고 있겠죠.
세월은 가디말디 혼으로 무장한 사람은 그대로더군요.😃

잡초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활 시인님의 필력은
그 누구도 흉내내지못할 언어 묘사의 극치입니다
아직 습작생인 제가 다 이해는 못하지만
타고나신 시상은 제 상상력을 비껴간지 오래
그러나 모지란 머리 잘 뒹글려서 노력 해보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봄날 같은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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