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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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허구성
어느 한 날 마당 켠에서 꽃봉우리가 벌어지던 날
꽃은 어느 순간부터 꽃일까 생각해보았다
어차피 꽃을 피우기위해서는 뿌리가 있어야 하고
물을 빨아올리고 힘들여 색깔과 모형을 만들고
봉우리가 벌어지는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머물지 않으니
어느 순간을 꽃이라 부를 것인가
모든 과정을 다 꽃이라 한다면
아침이슬도 꽃이고 뿌리도 꽃이고
빗줄기도 꽃이고
떨어지면 떨어진 것도 꽃이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꽃도 꽃이다
이것이 꽃이다라고 정해진 꽃의 존재는 허구다
노란 신호등으로부터
파란 신호등이 켜지고 잠시 머물다 빨간 신호등으로 넘어가면서
그 진한 사랑, 그 존재의 느낌이 커다란 상실감과 함께 허무해졌을 때
어떤 종교보다도 더 깊은 신뢰와 희망이 깨졌고
영원한 사랑이 있다는 말은 허구임을 더욱더 절실히 깨달았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007영화 제목처럼
그 단단하다는 다이아몬드도 내 손가락에 끼어있을 때 뿐
어차피 반지 낀 손가락도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도망간 다이아몬드도 단지 탄소의 뭉침이라 하지 않던가
계속 움직이는 원자덩어리인 다이아몬드도 허구다
건강이 있는 것처럼 생각이 들지만 아프지만 않으면 건강한 것이다
건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몇 십년 살다가도 한 번 나간 숨이 돌아오지 않으면 끝이다
살아있는 동안만 영원할 것 같은 느낌뿐이다
그래서 지속되는 삶도 머릿속에나 있는 허구다
반짝이는 밤하늘 별도
그 빛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엄청 걸리기 때문에
블랙홀로 이미 빨린 별빛을 오늘 밤 우리가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주인처럼 빛나던 것들
그 이름만 영원한 별일 뿐 별의 존재도 허구다
아무리 둘러봐도 세상에 영원한 존재란 찾을 수 없어
오늘도 쓸쓸히 지는 해를 보면서 되뇌인다
존재란 모두 허구다
라고 생각하는 나도 허구임을 안다
왜냐면 어디서부터 나라고 할 것인가
태어났을 때, 백일 때, 열 살 때, 아님 죽을 때?
어느 순간을 나라 정해놓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흐르고 있는 나도 허구다
하지만 시(詩)는 허구가 아니다
시는 태어날 때부터 원래 고정불변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09-18 08:38:54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존재의 실체와
가변의 허구와
잔재의 허망이
깻대에서
우
루
루
고뇌 하다
오독
오독
담기는군요
봄뜰123님
석촌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작은 깨알과 땀방울과 입안에 씹히는 고소함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실존임을 느낍니다.
이 좋은 가을날 향필하시고 건강하시길.. 귀한 걸음 놓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뜰123.
추영탑님의 댓글

꽃도 별도, 나도 보석도 모두 허구인데
시는 허구가 아니다,
시의 예찬으로 들리는 군요.
시란 뭔가? 요즘 갑자기 의문이 생깁니다.
시에 대한 어떤 정의도 허구일 것 같은 생가....
세월이 더 흘러야 알게 될는지... ㅎㅎ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시의 허구란 없습니다. 무언가를 적을 때 생각은 몰라도 그 순간은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자의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것은 항상 감동스런 일일 것입니다.
다만 저는 두무지님이 아니고 봄뜰123 이라는 것 빼고요.. ㅎㅎㅎ.
걸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봄뜰 123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봄뜰 123님, 이런 죄송한 일이....
제가 시력이 너무 안 좋아서
그만 두무지님의 댓글을 이곳에 올리고
말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삭제 부호가 안 나타나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덕분에 님의 소중한 글을 접하게 되었으니, 저에게는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양해해 주시기를.... 그리고 감사합니다.
봄뜰123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