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봉우리 > 우수창작시

<div>오르고 오르고 오르다가 그만</div>
<div>숨이 지쳐 바위에 걸터앉는다</div>
<div>눈부신 햇살을 가리며 올려다본 봉우리</div>
<div>난세한 능선을 따라 뾰족하게 올라선</div>
<div>땅에서부터 솟구친 지상의 정점</div>
<div>그곳에 오르기 위해서 나는</div>
<div>계곡에 발 담글 틈 조차 없다</div>
<div><span style="font-size: 12px"><br /></span></div>
<div>숨 한번 들이키고 무릎을 펴자</div>
<div>직립의 자세를 잡고 베낭을 고쳐매자</div>
<div>다리를 오므리고 피고 힘주어서 나아가자</div>
<div>봉우리를 향해 봉우리를 향해</div>
<div><span style="font-size: 12px"><br /></span></div>
<div>인고의 시간과 그 끝에, 정점에 올라선 나는</div>
<div>새빨간 햇살의 무게를 이기고, 대가리 쳐들고</div>
<div>눈꺼풀을 하나씩 든다 조심히 든다</div>
<div>조그만 틈새가 허락한 최고(最高<span style="font-size: 9pt">)의 공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12px"><br /></span></div>
<div>하늘은 여전히 높다 나는 바위를 밟고있다</div>
<div>그 밑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은 모든걸 가렸다</div>
<div>구름은 손닿지 않는다 하늘은 파랗다</div>
<div>파랑은 검정을 가린다 미지와 무한의 검정을</div>
<div><span style="font-size: 12px"><br /></span></div>
<div>파랑과 하양과 비좁은 공간 속에서 결국</div>
<div>서서히 나의 힘이 빠진다 자세를 낮춘다</div>
<div>&nbsp;눈을 감는다</div>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09-18 20:25:44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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