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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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여름의 끝자락에 내린 여우비는 슬프다 사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열한 개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다른 우주에 가 본 적이 없지만 너는 그게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여우비처럼 사라지곤 했다 저녁 하늘은 제 몸이 잠시 젖은 지도 모르고 노을에 물들어가고 그랬던 것은 언제나 그럴듯하게 감춰지곤 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이렇게 젖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에 잠시 꿈을 꾸는 거라 생각했지만 자꾸만 내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노을, 불안하게 고요한 물웅덩이, 속에서 아가미를 움찔거리는 붉은 연어가 소리 없이 아가미를 빠끔거린다 언젠가 허무하게 스러져버렸던 말, 후회하고 후회했던 말, 분명히 그랬지만 그럴듯하게 감춰버린 말. 어쩌면 나는 내 우주의 끝자락을 본 건지도 모르겠다
그 때 너는 사랑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때 너는 작은 우산을 접고 어느 우주로 걸어갔다.
열한 개의 우주 중에 하나쯤은 슬퍼도 괜찮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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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수님의 댓글

댓글 달아도 실례가 되지 말았음 좋겠습니다.
제가 읽을 땐 꼭 좋은 시인 것 같다고 말씀 드리고 싶은 시입니다.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감히 좋은 것 같습니다.
건필 하십시요.열 한개의 우주 중에 하나쯤은 슬퍼도 괜찮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