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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3)사기분양에 갈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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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5회 작성일 17-07-09 16:44

본문

사기분양에 갈라지고

 

 

나는 텅 빈 여백의 주인

내 안에는 오후의 셋방과 밤의 전세가 굴러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임대하려고 하면

상한가에 걸려 어디론가 꼬꾸라져 처박힌다

내가 여백을 만지면서 값을 정한다는 것은

대단한 방어 심과 인내가 땀 흘리면서

나의 것을 좀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욕심이 뛰어야 했다

 

덜렁거리는 시간의 빠름을 여백 속에 던져 넣는다

꿀꺽 삼킨 여백의 입

때론 게으르고 때론 부지런한 척 하면서 소화한다

여백의 위장 속엔 무섭도록 긴 블랙홀이 살고 있다

차가운 초침에 매달린 세입자 같은 아침은

빈손에 빨간불을 들고 여백을 두드린다

 

여백을 조금이라도 들어와 보았던 중간층의 사람들은

길게 혀를 내밀고 고개를 좌우로 방향전향 시킨다

나는 나의 여백에서 떨어져 흔들리는

나의 얼굴을 본다

저 여백 발끝에 물들어 있는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네요

여백을 파낼 불도저가 필요합니다

 

내가 벽인지 시간이 부서져 고장이 나버린 것인지

아무리 여백에 보증수표 같은 하루를 주고도

털래털래 무거운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저녁 무렵

여백의 양모서리에는 올가미 같은 털이 자라나고 있었다

정글을 헤쳐나가는 정글 도에서

가벼운 주머니가 으르렁 소리 낸다

갑작스러운 여 벽의 홈통에서 사람들은 무너져 내린다

 

수년을 여백의 세계에 들어가 보려고

여백에 나의 이름과 호수를 물어보며 살았다

수년이 지나는 동안 여백 속에 지어졌던 건물은 사라졌고

높기만 한 문턱은 철통 경비로 발길을 잡는다

만져 볼 수 없는 여백의 무지개는

날마다 머리 위에서 생겨난다

 

나는 나의 머리 위를 조금씩 줄여 하루를 만든다

때론 떨어져 나간 초침을 보물인 양

슬픔에 젖어 흘러내리는 눈물의 속셈으로

구부러지고 끊어져 가는 하루의 여백을 메꾼다

여백은 빠른 속도로 우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여백의 입구를 막아본다

입구 쪽으로 빨간딱지가 붙어 잠을 자고 있다

꿈속에서 여백의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쩍쩍 갈라지는 개 꼬리 같은 여백의 주인은

차가운 눈빛을 뽑아낸다

나는 주인이 아니라고

거부하고 싶지만 이미 여백 속에 늑대가 살고 있기에

난 여우가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여백의 입은 늘 축축 헤게 젖어 벌리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7-18 21:11:2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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