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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1】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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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526회 작성일 17-07-10 12:54

본문

 

   
 

   활연



  저수지에 머리칼이 물풀처럼 떠 있다
  물밑으로 비스듬히 자란 한 구(軀)
  갈퀴로 거둬들인다

  손수레에 겉옷을 걸쳐두고
  한 웅큼 햇살을 신발에 담아 두었다
  카론에게 쥐여줄 뱃삯 몇 닢
  차안(此岸) 문고리를 닦았을 손수건

  수인(囚人)을 푼 안팎 어름
  굽은 등 펴고 거적 밑에서 비로소 따뜻하다

  지상의 끝을 밀고 와 통각을 부려놓은
  석양빛 저수지가 아가리를 다문다
  수면이 구경꾼의 사인(死因)을 돌려주며
  수평을 잡는다

  멸절의 구덩이를 파는 기슭들
  비명(非命)을 봉인한 지점으로부터 멀리 뻗은
  구릿빛 동선이 외길을 닫고 있다

  낙엽 더미 허공이 바스락 깨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7-18 21:16:3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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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님의 시는 이렇듯 심연하여서
단단한 금강석 같은 사탕 같아서
빨아도 빨아도,
얇아질 것 같지 않은 사탕 같아서...
`수면이 구경꾼의 사인을 돌려주며 수평을 잡는다`에서
저 또한 마음의 수평을 잡아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전 글인데 불필요한 살점을
드러내고 그나마 모양을 잡은 것이지요.
생멸은 극단이라서 뭔가를 던져주는데
다 담기는 그렇고 한 장면을
인화해 보았습니다. 세상을 촉촉이
적시는 때인지라, 그 물기로
가뭄도 마음의 퍽퍽함도 좀 덜해질 듯합니다.
늘 시원·상쾌한 날 지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뜻한 문을 발견하셨군요.
따뜻한 눈이 있을 때 발견하는 수확이겠지요.
아름다운 출구라고 해야 할까, 아름다움에 고통을 얹어서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깊습니다.
비가 천지로 내리네요. 잔잔한 감동으로 머물다 갑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바꿨지요.
어느 순간을 환기한 것인데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우리네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하늘님이 줄곧 우시는 날,
세상이 맑게 씻기는 듯합니다.
멋진 날 지으시고, 은혜 많이 내리시길 바랍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는 이제 우주 어딘가 전입신고를 마치고 일가를 이루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따금 곁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쌓였던 퇴적암 안에
그리운 화석이 자리하고 있나봅니다.
바람이 문을 흔드는 밤입니다. 꿈꾸면 출렁이는 잠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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