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피하고 볼 일 > 우수창작시

초저녁부터 우산을 챙겨 들고 빗속을 가고 있지

문사들이 단판을 기다리고 있는 인사동으로

인사동을 거리가 아닌 개인의 마당으로 만들려고 해

불쑥 나만 거리라고 외쳐봤자 버려져

빗줄기 세차게 거리를 지워대며

꼬불꼬불 옛날식 골목들이 빗물을 토해내

물길 끝에서 겨우 비를 피할 추녀를 만났어

물기를 닦는데 우산 속이 허옇게 벗어져

몸들이 너무 말라 까칠해서 벗는데

모래 언덕이 하나 태어나

나는 비에 젖어도 거리라고 홀로 외쳤지

모래 언덕이 빗물에 쓸려나가 더는 비빌 언덕이 없어졌어

손바닥이 다 헤지도록 그러모아 봐도

빗물에 비바람이 되고 말아

그러자 거리를 한 패거리 마당패가

소유권을 펄럭 펼쳐 덮더군

아무리 들춰봐도 혼자는 역부족 목만 터졌지 

마당패의 소유욕은 공유라는 주장보다 훨씬 강했어

비가 그치고 골목이 마르자 모두의 거리인데

저 많은 발밑에 금을 긋고 있어

너덜너덜 다 헤진 채 물에서 발을 빼는데

소나기 피한 그에게서 전화가 왔어

비도 다 끝났는데 우산을 가져온대

몸이 모래로 다 쓸려나간 거리

홀가분하게 비겐 인사동

땅 마른 곳만 송곳처럼 밟고 돌아왔지

구태연 한 소유의 범주를 벗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