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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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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47회 작성일 17-07-02 07:01

본문

얼마 남지 않은 링거처럼 앞뒤 달라붙은 배 위로 이불을 끌어 당겨놓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슬그머니 잡은 손,

 

한 때는 흑범 고래처럼 반질반질하던 젊은 아버지를 사로잡았으리

 

팽팽한 그물 사이, 팔딱이는 고등어 배처럼 하얀 물광 미어터지던 살갗이

미역 조각과 불가사리만 건져 올린 그물처럼 검버섯 달라붙은 주름살로 축 쳐져 있다

오랜 연명에 지친 아내가 보호자 의자에 모로 누워 잠들고,

나는 옆 병실로 지나가던 간호사를 불러 링거를 가리켰다.

다섯 시간 전, 받았던 질문을 다시 받으며 머뭇거리는데 잠든 아내가 벌떡 일어났다.

"그냥 보내 드립시다."

 

거치대에서 빼낸 링거 주삿 바늘을 손등에서 뽑는다

 

계류줄에서 풀려난 배가 잠시 뒤척이다 마지막으로 삐꺽거린다

선체가 몸에 꼭 끼이게 되었을 때 내려준 내가 점점 자라서 바다가 되어가자

깊은 수심의 출렁임과 파도를 가르며 내 비좁은 해협을 오가며

근심 걱정 실어 나르며 심장 소리 요란하던 통통배다.

저 작은 배에서 내리겠다고 발길질을 하며

지구의를 아무리 돌려도 없는 바다를 건너 당도한 새벽,

나는 슴새처럼 울었다.

잠시 휘적이다 부러져 달아난 아버지는 밑동 썩은 노였다

일평생 스크류에 매달린 프로펠러였던 어머니의 손발은 더 이상 가를 물살이 없다

 

육지는 바다를 벗은 바다

배 한 척 물 마른 해구 깊숙히 정박하고,

한 삽 한 삽

더 가라앉을 곳 없는 배에 승선하는 흙이여!

 

*흙으로 사람을 지으사

 

*창세기의 성경 말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7-10 20:02:4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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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람도 제 쓰임을 다 했을 때
폐선 한 척으로 바다를 벗듯 육지를 벗고
처음 지어 준 흙의 신에게로 돌아가지요

가뭄에 단비처럼 자주 봬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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