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기러기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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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나팔꽃
나팔 소리를 듣는 여름날이 키보다 더 뜨겁게 걸어갑니다.
따갑게 잡아끄는 햇살도 나팔 소리에 장단 맞추어 춤을 춥니다
둥근 입 모양을 지닌 소리 동네 담벼락에
두른두른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
누군가의 외침으로 다가와 그리운 얼굴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창문 밑에서 들리는 나팔 소리를 몰래 엿들었습니다.
까만 밤 되면 자신의 소리가 그리운 사람에게 달려간다고
소리 낮추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난 듣고 말았습니다.
소리치다 지나가는 바람이 자신의 소리를 빼았아 가버렸다고
빨간 우체통 같은 꽃잎으로 그 사람에게 소리를 배달시키고
힘을 내라는 전문 한 줄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더 큰소리에 더 힘을 보태야 하는 사람이 생각납니다.
기러기 날개가 그 소리를 물고 가는 날이면
꽃송이마다 하루하루 적어 그 소리를 펴볼 사람에게
더 큰 나팔 소리가 되는 날들,
두 손 입가에 모아 어둠의 끝에 서서
밝은 소리에 새벽이슬 한 방울씩 흘려 넣습니다.
자꾸만 번져가는 소리 꽃 되어가는 몸
당장 달려가고 싶어 먼 그곳이 메아리 되는 나팔 소리입니다
시간을 울려버린 그 남자의 목소리에
날마다 기상해야만 하는 날들이 서 있습니다
밝은 기대감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있습니다.
한 울타리 속에 피어나는 소리
서로의 간격을 줄 맞춤하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창문 옆에서 그 남자는 소리 속으로 떠나갔습니다.
한 계절의 소리를 더 완전해 지도록 노래하는 꽃 나팔
이름 하나하나
얼굴 하나하나를 불러 보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초보운전대리님의 댓글

저 나팔꽃처럼 웅기종기 모여 살아야 하는 것이 식구인데 기러기 아빠들의 외로움과 외로운 하루는 나팔소리로만 퍼져갑니다 참으로 안 스럽운 기러기 아빠들 힘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