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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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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8회 작성일 17-06-22 20:43

본문

폐목선

 

내가 살아온 바다는 내일이 되었답니다

 

내가 살아온 바다는 꿈보다 실천으로 이룩하는 현실이었지요

 

 

나는 바다를 떠돌아다닌 방랑객이었지요

 

늘 바람의 짠내음 깊이에 따라 갈 곳을 정했지요

 

싱싱한 활어들과의 깊은 통정에 나는 바다를 잊었고

 

날 잊어가면서 두둥실 떨리는 움직임이 되었지요

 

 

나는 오랫동안 나무라는 이름을 잊었습니다

 

바다가 날 밀쳐내어도 나무라는 이름을 기억하려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색깔은 늘 바다 색깔이었습니다

 

영원히 사라지질 않는 목선 한척으로

 

 

어부는 그저 나와 동행하는 길동무였을까요

 

나는 바다의 요정입니다

 

물길을 헤쳐 나가면 나는 살아있는 신의 자손이 되었지요

 

 

구멍 난 바다는 곁에 있습니다

 

찢어지고 쪼그라든 바다는 해무위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햐얀 백발처럼 온 사방을 가득 채우고 나의 존재을 가리려고 합니다

 

날 숨겨버리고 바다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요

 

나는 좀 더 선명하게 바다를 보고싶습니다

 

 

나는 지독한 멀미에 바다를 야단치고

 

어부는 냉정하게 나의 사정을 외면해버립니다

 

난 내가 견뎌내야 하는 시간의 변화를 지나칩니다

 

 

너울거리는 치맛자락 같은 그 속을 파고 들어가면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 바다의 속사정에 움찔거립니다

 

매번 그렇게 파고만 들려고하니 속을 보여주지 않는가봅니다

 

무인도에 난파당한 것처럼 멍하니 서있는

 

긴 기다림의 흔적입니다 단단했던 결의 음률도 푸석해졌지만

 

 

 

나는 그래서 바다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오랜 여행 같은 고단함과

 

행복, 만남, 이별을 하나로 역어 떠나는 폐목선

 

이제는 나의 이름을 알고 나니 따뜻합니다

 

무소뿔처럼 앞으로만 치달리다가

 

이제야 바다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6-27 11:18:2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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