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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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동 육거리 부부 약국 뒷 길로 쭉 가면 있다
낡은 함석 간판에 빨간 글씨로 "닭똥집"이라고 쓰인,
유식한 말로 "닭 근위"하면 오만 맛 다 떨어지는,
연탄불에 석쇠 얹어 구운 닭똥집,
할인마트에서 파는 냉동 근위말고,
서부 시장 계전 뒷 골목 닭집 고무 다라이에서
온 종일 핏물 빠진 오동통한 닭똥집,
순해서 느끼한 소주 말고,
제대로 쓰서 한물간 소주 한 잔
진통제처럼 털어마시고는
꽃 소금 녹아드는 참기름에 찍어 먹는,
나 또한
새벽마다 모래알을 씹어야 사는 짐승이라
저녁이면 삭신에 퇴적된 모래를 쓸어내려고
퇴근하듯 찾아가는 "닭똥집"이 있다.
나 또한
좀처럼 뭉칠 줄 모르는 모래알들이 모여
흙바닥 기어다니던 징그러움들을 갈라 먹는
모래집을 한 채 품고 사는 짐승이라
버석버석 서로 치대며 깨지고 부서지던
모래집을 비우고 날아갈 하늘을 마시며
목 축인 병아리처럼 목고개 치켜드는 집이 있다
좋은게 좋다고
세상 둥글리며 부스러진 모서리들을 소화 시키느라
주름지고 여물어져 닭똥집이 된 마음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한 점 집어 먹으면
세상 쓴맛 다 짊어진 술 한 잔이 비고
헌 집 다오! 새집 줄께!
두꺼비 같은 맨손들을 골조로 모래집 다시 짓는,
아무 상호도 없이, 그냥
"닭똥집"이라고 쓰인 집이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7-03 11:50:21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그럴 리는 없지만 왜 이 호흡이 낯설지 않은 걸까요.
발이 하늘에 있는 건 같은데
날개가 바닥에 있는 건 좀 다르고.... 암튼,
모처럼 눈이 환해지는 글 감상하고 물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