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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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아줌마.
거울 속에 한 소녀가 서 있다.
채찍처럼 새겨진 눈가의 옅은 주름들과
기억들이 말라버린 흰머리들
샤워기가 뿜어내는 안개 속 소녀는
스스로 그 안에 가두어지기를 원한다.
어제 한사람이 떠났다.
일상에 생겨났던 작은 균열들이
안개로 메워지기 시작한다.
그 전 가끔 안개들이 크레바스를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그 위를 스스로 걸어들어 간 소녀는
불행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해 본적이 없었으므로.
거울 속 소녀의 모습을 안개가 지우기 시작한다.
두껍게 가려진 거울 속 소녀의 모습
욕실 바깥에서 남편이 부르는 소리에
소녀는 거울 속 안개를 서둘러 닦아 낸다.
안개가 걷힌 거울 속에 아줌마 하나가 서있다.
멍청한 것이 왠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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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5-29 09:31:50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아름다운 시상에 행복해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추영탑님의 댓글

아직도 소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줌마의 마음을 표현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지나간 날을 반추하며
오늘의 나를 일깨우거나, 달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저 마음속
깊은 곳의 고뇌도 엿보이고요.
깊은 시심에 함께 하였습니다.
육손 시인님, 감사합니다. *^^
육손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감사평 감사합니다.
요즘 아줌마들의 과거는 불행합니다.
시집가는게 꿈이었던 제 동창들도 많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사랑해서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직장보고 결혼하고 돈 보고 결혼하고
어쩌면 여성차별이 불러 온 여성의 비극이 아닐런지요?
그러한 사랑없이 살아 온 여성들이 원래의 아름다움을
아줌마가 되었다고 포기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그리 길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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