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남자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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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남자의 경우
떨어진 손가락과 남은 손가락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무심코 손가락을 주워들면 지문이 원을 그리며 나선운동을 합니다
사각의 방
여백이 점점 좁아지고
나는 좁아지는 방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방의 기후는
눈 내리는 새벽의 이미지고
푹푹 빠지는 발이
잘려나갈 것처럼 덜렁거립니다
수많은 절단면에서 피가 솟구칩니다
내게 필요한 건 손가락뿐입니다
단추들
알몸을 지탱해온 단추의 이력과
단추가 풀린 소매의 외로움
남은 손가락으로는
능숙하게 단추를 채울 수 없습니다
손가락을 붙이려는 시도도 했습니다 다른 손가락들이 거부해 붙일 수 없습니다
방은 처음부터 불온했습니다
나를 혼자 남겨두고
방은 힘껏 추락하는 중입니다
손가락을 놓쳐버립니다
남은 네 개의 손가락도 산산이 부서져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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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사견이지만 예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읽힙니다.
시인은 문청일 때 시를 다 쓴다. 그리고는
중견이 안 되려고 안간힘 쓸 뿐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가 늙으면 퇴폐보다 못하거든요,
그러므로 실록의 힘을 믿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나도 활연님과 비슷한 생각이듭니다.
뭔가 한차원 높아 졌다고 할까요.
휼륭한 시를 써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듯 보입니다.
시를 감상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되네요.
정말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주말에 나들이라도... 날씨만 좋다면^^*
늘 건필하소서, 이기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