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so-super M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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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so-super Mario / 이주원
난쟁이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것은 건물들이 하나둘 각자의 등껍질 속으로 빛을 움츠릴 무렵이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헛웃음이 나오는 게 아무래도 독버섯 달인 물인가 보다. 병 색깔도 마침 초록색 버섯을 닮았다. 과다 복용한 탓일까. 목숨이 백 개라도 된 듯하다. 하얀 줄기 꼬깃꼬깃한 꽃 한 송이 꼬나물고서 노숙자는 닿을 리 없는 별을 따러 속이 뻥 뚫린 스뎅 재질 콩나무를 탄다. 에라이, 썩을 놈들아! 나는 배관공이다! 흘린 동전이나 주워 처먹는 배관공이라고! 이히, 이히히! 아무리 올라도 저 별은 경력 30분 야메 배관공의 것이 되지 않아 그저 매운 꽃향기만 깊게 들이마실 뿐이다. 꽃잎은 더욱 붉게 피어난다.
옥상까지 절반도 채 남지 않았을 즈음 돌연 불어온 강풍에 꽃잎이 회색, 검은색으로 퇴색되어 흩날리는 걸 보자 아랫도리 불그죽죽한 버섯이 찔끔 쪼그라들었다. 그동안 마땅히 풀 데도 없는데 시도 때도 없이 부풀어서는, 안 그래도 왜소한 몸을 더 작고 초라해보이게 만들던 몹쓸 놈이었다. 난쟁이는 상대적으로 커진 몸에 흡족해하며 짐짓 큰소리를 떵떵 친다. 옜다, 받아라! 더럽고 앵꼽은 세상아! 내가 오늘 여기 내 깃발을 꽂아주마! 난쟁이 새끼가 쏘아올린 빌어먹게 작은 공 맛이 어떠냐! 날 때부터 가슴속 깊이 담아온 불덩이를 녹슨 가스관 틈으로 내던지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그토록 원하던 별에 닿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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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소낭그님의 댓글

하하하 으하하하, 머릿속이 뻥 뚫리는군요.
진즉부터 유수하고 스마트한 필력을 뽐내시는 분일 줄 알지만
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댓글 잘 달아야 명작에 누가 안 되는데....
집으로 가려다가 막간에 들어왔는데 참 잘 들렀군요.
신나는 슈퍼 마리오 게임 질펀하게 구경하고 갑니다.
자주 뵈었으면,,,
그렇지 않아요, 슈퍼 마리오 파이팅!!!!
쇄사님의 댓글

새로운 호흡을 봅니다.
'흡혈귀'에서
'풍경도 봄을 재촉한다'까지
'난쟁이 새끼가 쏘아올린 빌어먹게 작은 공 맛'
을
그동안 왜 한 번도 안(못) 느꼈을까
반성하면서.... 틀림없이 '시'마을 말고
'붓'마을에서도 노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