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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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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7회 작성일 17-03-11 20:31

본문

갯벌체험

 

 

손바닥 펴 보인 바닷가 갯벌

물길의 지문들이 돌기같이 일어나서 아낙 내들을 만지고 있다

하루에 몇 시간 동안 편 손바닥에는

하루를 살아가는 그녀들의 기록이 고스란히 스며들면

망둥이 작은 게들은 그 기록을 읽고 해독한다

손을 펴 보이려면 무작정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갯벌의 찐득한 말을 그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파도의 잔소리는 귓가를 헤집는다

아낙의 엉덩이는 춤추는 파도보다 더 율동적이다

옆에 놓인 광주리 속은 야무진 결심으로 가득해진다

밀물과 썰물로 이룩한 갯가의 말은 유난히 정겹지만

지문 속을 헤집는 일을 하다 보면

갯벌의 말이 이미 아낙의 지문이 되었는지

갯벌이 아낙을 닮아버렸는지

아낙의 얼굴 색은 도회지 여성보다 검다

한 손의 손바닥에서 하루 저녁 반찬을 얻었지만

한 손이 양손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조리를 하려고 냄비에 담으면

지문 속에서 살아왔던 이력들이 꿈틀거리고

가스렌즈에 불 지피면 더 큰 소리로

갯가의 말을 소리 내어 읽어버린다

혼자 듣기가 너무 아쉬워 아낙을 불러와야겠다

나의 손바닥에서 알사한 바다를 언제 꺼낼 수 있을까 해서

갯벌에 쓰윽 문지르면서

석양이 지는 갯벌을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3-15 11:46:4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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