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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1】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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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15회 작성일 17-03-08 15:04

본문








오면 꽃이나 두고 가라
빗돌은 세우지 마라

산뽕나무 오디 몇 따먹다가 뒤를 보면
어릴 적 소몰이 하던 나도 따라온다
삿갓 씌운 애총을 더러 밟곤 했는데
해마다 풀꽃은 길을 끊어 먹는다

오리 안팎 돌다가 가만히 뼈 말리는
산 번지에는 문패가 없어서
달빛만 환하다

생가를 산으로 옮기고는 누울 자리 마련하니까
오래 묵은 대궐인양 좋더라

요즘은 썩을 틈도 없는 세상인데 얼마나 다행이냐
이참에 가묘도 해두었다 술 좋아하시니
늦은 밤 헤치다 된숨 그치면 돌아올 것이다만

시냇물에서 얼굴을 닦고 바지춤 흙먼지 턴다

뒤는 두고 마음이 앞서 걷는데
푸른 스란치마 나풀거리는 서른 남짓 젊은 아낙이
붉은 사과처럼 떨어진다

꽃은 두고 마음은 가져가라
길섶 삭정이 풀잎도 함부로 해치지 마라
산 다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3-20 10:03:3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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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사람 또 있을까요?
곧 사월은 오겠고 꽃들도 피겠는데 한 번 가신 그 분과 아이들은 돌아올 줄 모르네요.
그러나 임들을 기리는 우리의 사랑이 깊은 만큼 곧 새로운 봄이 오리라 믿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이 엄니 기일이네요. 밤을 치다가,
오래전 눈시울에 고인 깊은 호수가 생각났어요.
오늘만 한양 천도합니다. 가다가 이상한 할배 할매들 만날까 싶네요.
봄이 오면, 저 저 호랑말코같은 쓰레기들도
퇴비로 사라지리라. 아름다운 통영,
그 속에 사는 아름다운 사람! 도다리쑥국이, 쑥꾹쑥꾹
지저귀는 듯.

책벌레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은 두고 마음은 가져가라'는 단 한 줄에 순간, 얼어버렸습니다.
어쩜 이리도 순수한지요.
그 마음이 순수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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