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3>물빛이 푸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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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이 푸른 것은
오십천 물빛이 푸른 것은
내 어느 여름날이 잠겨있기 때문
강바닥에 가라앉아 호흡의 무게를 견디는 동안
침묵처럼 깊은 고요,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 사이에서
세 살배기 아들이 무의식속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당겼다
죽음을 탈출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팔월 염천이 서늘하게 지글거렸다
울먹이는 세 살짜리 긴, 긴, 여름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왔다
오십천 물소리가
엎드린 내 등짝을 시퍼렇게 후려쳤다
뱀 한 마리,
가는 혀로 시간을 핥으며
울창한 밀림을 건너 당도했다
바람소리를 내며 저만큼 앞서 간다
빛과 어둠이
삶과 죽음이
등을 맞대고 있다가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오십천 물빛이 소스라쳐 숨을 멈춘다
꾸루룩거리던 낯익은 소용돌이가
파라다이스 날뱀처럼 휘청,
날아 내린다
댓글목록
야옹이할아버지님의 댓글

세 살배기 엄마의 내공이라고는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깊이가 있네요.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은 우리에겐 영원한 세 살배기의 무릂걸음이라 할 터이지요. 왠지 지금 당장이라도 오십천 물소리 들으러 훌쩍 떠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