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3) 개잡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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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잡부의 하루 / 이강희
못하는 일 없는 만능 기술자 개잡부 연장이 몸뚱이라고
끔찍이도 챙긴다 어시장에선 바닷내음 가시지 않은
비늘로 덕지덕지 껴 입고 충혈된 동태눈 부라리며
먹이 찾아 미끄러지고 넘어지고도 식어버린 오 천원
국밥 한 그릇 맛나게 채우고 행복한 휘파람 날린다
새벽 봉고차에 구겨 넣고 샛별에게 늘 하던 주문을 건다
내일도 오늘만 갖게 해 달라고 차창마다 핀 해 꽃에 맞기고
겨울잠 자다 보쌈 당한 나무 심는 식재공
고향 뒷산 지키던 솔나무 내음 아는 체하며 들려주는
봄 소식에 썩은 땀방울 훔치고 내 어미 주름진 얼굴 그려 본다
낼은 날씨 흐림이라고 수근거리는 소리에 담배연기 길게
내 뿜으며 염병할 며칠만 참아주면 밀린 월세 마누라 약값은
벌 수 있는데 하는 소리 엿듣던 바람이 거든다 어디 맘 먹은 대로
데는 게 있더냐고 콧바람 친다 오후 여섯시 대폿집 기름 빠진
돼지 부속들 어제처럼 개잡부 허기진 부속 채워주곤 영혼 없는
미소 한 점 막걸리 한 병 오 천원이라고 쏘아 부친다
할 말을 참고 있던 사각형 빌딩들 하나 둘 쌍심지 켜고 할 말을
쏟아 낸다 불빛 사다리 타고 올라선 별 달에게 자랑질 한다
이 도시 어느 한 곳 내 손 안 닿던 곳 없다고 거드름 피우며
시원하게 오줌발 날리곤 개잡부 씨라고 불러주는 밤 도시가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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