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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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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거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33회 작성일 17-02-19 14:27

본문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동경하는 동네 형이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을 만나면
한 떨기 해바라기 되어
격렬한 사랑으로 해를 굴복시키겠다고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짐승처럼 포효할 거라는 그 말이
참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자책했다
울퉁불퉁 해바라기가 된 그 형이
남의 밭에 들어섰다가 혼쭐이 났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늦가을 지나면 곧 겨울
그게 얼마나 곡식 덜 여문 짓인가
새벽안개 자욱한 묵정밭 같은 사우나에서
오랜만에 늙은 해바라기를 본다
몸통 거죽은 말라비틀어지고 대가리만 되바라져 있다
해는 단 한 번도
지상의 꽃이 작다고 나무라지 않는데
그 형은 요즘도 해를 쫓아다니는지
아무 밭이나 씨를 뱉고 다니는지
건투를 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2-22 10:09:3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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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운용이 자분자분하면서 능청스럽기도 해 보여 그 어우러진
큰 은유의 빛에 녹아보는 시간입니다
읽어 재미도 있고,
멋진 시 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휴일 되십쇼

김거명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거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시를 잘 못씁니다. 한 꺼풀 더 벗어나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못 쓴 글을 올리고 나면 창피해서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노심초사인데요. 이곳에 계신 분들은 참으로 다정다감하시네요. 난잡한 의미를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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