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탱자나무 아랫 동네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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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탱자나무 아랫 동네 /秋影塔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는데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오고자 하는 사람들만 모여 사는 동네
곡소리가 빗소리에 섞이는 날이 있다
검은 두루마기를 걸치고 비 맞는 어둠
비에 젖은 울음이 유난히 탁한 몸짓으로
소름을 끌어다준다고 했다
자그마한 무덤들만 모여 사는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 초라한 동네,
그 밑이 자꾸만 수상해지는 밤
사는 집을 뛰쳐나와 울음을 토해내며
함성으로 곡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탱자나무를 몸에 걸치고 탱자꽃을 머리에
꽂고 탱자나무 밑을 어슬렁거리며 후벼파는 곡소리
그 곡소리가 밤을 어지르면 늦은 귀가를
뒤따르며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했다
귀 기울이면 빗소리뿐인데 고개가 두 번
돌아갈 때마다 어깨를 짓누르는 곡소리가
빗소리가 되는 밤이 있다고 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2-27 10:10:52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빗소리를 짓누르는 곡소리
탱자 탱자
가시 돋는 소름처럼
탱자 탱자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옛날에 살던 동네가 무덤동산과 연해
있었는데 긴 탱자울타리가 있고
그 바깥쪽으로 자그마한 무덤들이
빼곡 하였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거기서
무서운 줄도 모르고 뛰놀며 컸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그 탱자가 사실 제주 밀감의 뿌리지요
물론 아시겟지만...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탱자가 유자가 되고 유자가 밀감도 되고
한라봉도 되었을 겝니다.
서귀포 쪽 밀감은 특히 맛이 좋더군요.
그쪽 ‘홍우농장’의 밀감 맛 아주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진짜 별 시어가 다 나오네요
탱자나무도 나오고
부러워요
추선생님이.....
내가 작가 협회 회장 이라면
가볍게 등단 시켜 줄텐데
그게 아쉬워요
시인님아!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옛날 이야기입니다.
본인은 그저 재미로 글을 쓰고 있어서
등단 같은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능력도 없어서...ㅎㅎ
그냥 이대로 글 쓰는 게 좋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callgogo님의 댓글

할머니 한테 옛날 얘기 해 달라고 하면,
'수상한 탱자나무 아랫 동네' 같은 얘기를 주근주근 해주시다가 갑자기 왁 하며 옆구리 쿡 찔르셨죠.
참 많이 놀란 기억이 납니다.
잘 보았습니다. 추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밤이면 여자애, 남자애들 모두 모여
놀던 무덤동산인데,
그 탱자나무 아래는 작은 무덤들이
유난히 많았지요.
마치 공동묘지처럼 다닥 다닥 붙어서...
동네 사람들이 호박도 심곤 했는데 그
호박들 무엇을 먹고 자랐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봅니다. ㅎㅎ
좀 외지고 음침한 곳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전설 속에 나오는 탱자나무가 있는 동네!
잘 읽고 갑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곳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나타났을 그 무시무시한
풍경에 빠져 봅니다
원래 탱자나무는 사연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평안과 건필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오래전엔 초분골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던 곳인데,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는 진짜 초분을
했다고도 합니다.
좀 으슥하고 음산한 곳이었지요.
우리가 자랄 때는 그곳 무덤동산은 잊을 수
없는 놀이터였지요.
감사합니다. *^^
고나plm님의 댓글

표현하기 쉽지 않을 분위기만으로 하는 시를 능수능란하게 잘 이루어 낸
스산하면서도 달금한 좋은 시 한 편 읽어보는 시간입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어제는 봄비도 오고 해서 한 번 써본 것인데
오늘은 화창한 봄날입니다.
지금은 그 곳으로 소방도로가 뚫려서
옛 기억도 가물가물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님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 묘지가 있으니 향기로워서 귀신들도
한량이겠습니다
시공장 훔치러 가다가 귀신 나올까봐서 조심하라는 경고 같은데요?
그래도 내 맘인데 뭐?!!
잘 감상 하고 갑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문전 성시네요 ㅎㅎ
건안 하시고 좋은 시간 되시옵소서!
추영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그곳은 우리들의 요람이나
마찬가지였답니다.
무덤 사이를 밤이고 낮이고 없이 뛰놀며
자라났거든요.
지금은 그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던 자리는
옹벽이 생기고 무덤들은 죄 옮겨갔지요.
가끔 옹벽을 넘어다 보기도 하지만 옛날
흔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시 훔쳐가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