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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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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5회 작성일 17-02-27 14:10

본문

나비의 추상

아무르박

한 호흡 숨을 끊어냅시다

용수철의 함축을 어깨라지요
귀는 쫑긋 세우고
솜털의 기류를 달팽이관이라 판독합시다
발톱을 숨긴
솜방망이 발은 기만이고요
무게의 중심을 옮겨간
바른 발의 의도는 직진입니다
숨을 참으면 센다는 흰 수염
레이다가 있어야 비행기를 잡는다나 뭐라나
바람을 읽습니다
동공을 웅크린 저 눈초리
조리개의 응축은 발돋움을 준비합니다

목적어는 문장의 배를 가르고
적요를 앙다문 빨래집게는 명사를 놓지 않습니다
바다의 눈물이 꾸덕꾸덕 말라가는 시간
줄과 땅 사이
행간의 틈새를 착지라고 해 두죠
오를 수 있을까 물음표를 썼다가
맛을 그려보는 시간을 느낌표라 하겠습니다
쉼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합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문장
시가 되려나 마침표를 찍지 않습니다
시간은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주어가 분명했습니다
천 년의 시간을 늘어놓은 대청마루의
나이테로부터 왔을까요
정지문에 세 놓은 손잡이의 문양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반지르르하다는 말
댓돌은 정을 얼마나 맞아야 수평에 누워
주인의 신을 받았을까요
누대를 내려온 시간의 이력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재사라고 하겠습니다
종갓집의 대물림은 이름 앞에 붙은 족보
나비야 하고 부르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이름
유연하지 못하면 경직되는 사고라고
인습에 물든 언어는 도단이라 하지요

부엌을 나선 고소한 기름 냄새
동네의 국정원이라는 아줌마의 시선
종부가 의도를 알고
부지깽이 들고 달려드는 시늉에 헛발을 디딘
벌처럼 쏘지 못한 나비의 슬픔쯤이라 해두죠
오류가 버그로 몸서리쳐지는 세상입니다
이름값을 정해놓으면 타관에 길든 연명
봄은 아지랑이가 피기도 전에
할머니 하고 부르던 낯선 웃음이
영정사진 속에 추억이라 말하지요

얼굴을 닦을 때는
발톱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담장을 기어오른 나비
혀 끝에 감촉으로 얼굴을 씻는
목적어
과정은 없고 동기없는 촌철살인 입니다
햇살에 비수를 품은 듯이
행간을 타는 곡예가 시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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